지로 용지의 지로는 이탈리아어다.

베네치아, 금융의 탄생지 – 현대 은행의 뿌리를 만든 도시

by 리베르따


소토포르테고 방코 지로 Sottoportego Banco Giro.

베니치아에 온 사람이라면 분명 지나쳤을 리알토 바로 옆 캄포(베네치아의 광장). 이름에 은행(Banco)과 지로(Giro)가 들어있는데 우리 아는 그 '지로'용지 할 때 그거다. 재밌게도 실제 지로 시스템의 어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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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찾았으면 대부분 건넜을 리알토 다리. 사진의 왼쪽이 오늘 이야기할 방코 지로 광장이다.

은행이 대신 수납을 대행하는 시스템인 지로는 베네치아에서 처음 발명된 방법이다. 과거 베네치아가 지중해 국제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할 때 각국에서 다양한 화폐를 사용하는 상인들끼리 베네치아에서 거래를 할 때마다 환전을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곳에 전문 환전상들이 등장한다.

각국의 상인들은 미리 환전상에게 돈을 맡기고 장부를 개설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이 거래되면 판매인A와 구매인B가 각자의 장부를 담당하는 환전상에게 함께 가서 B의 장부에서 금액을 차감하고 A장부에 그 만큼을 더한다. 그러면 실제 화폐가 없이 신용으로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모든 거래를 마치고 장부에 얼마가 들어갔고 나갔는지 확인 한 다음 남은 잔액 중 필요한 현금을 찾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이 지로의 기원이 되었다. 오늘날 과거의 환전상 역할은 은행이 대신하며 우리가 지로 용지로 납부 된 금액은 은행을 거처 관공서나 거래처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가 직접 납부해야 할 대상을 찾아갈 필요가 없이.

KakaoTalk_20241127_104803963.jpg 표지판에 Sottoportego Del Bango Giro라고 써있는게 보인다. 오스테리아 이름도 같다.

베네치아의 환전상들은 저 아치들(베네치아어로 소토포르데고sotoportego)아래 벤치(bancherius)에 앉아 일을 봤기 때문에 이탈리아어와 영어 모두 banker의 기원이 된다. 이처럼 현대 금융거래 시스템 중 많은 것이 과거 베네치아에서 발명되었다.

Giro는 동사 girare(지라레: 돌다, 돌리다)에서 파생되었다. 복잡한 화폐 거래를 일괄적으로 대리 순환시켜주는 서비스, 즉 금융 서비스는 과거 국제 무역과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베네치아에서 고도화되었다. 늘어나는 거래와 화전상의 성장은 금융업의 발달로 이어지고 우리가 잘 아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도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졌다.


2019120510183029049_1575508710.jpg 지로 용지라는 용어가 이탈리아어 정확히는 베네치아어에서 와서 전세계에 쓰이고 있었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피도 눈물도 없이 묘사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국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용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거래를 여러 고객과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돈을 맡아주는 은행 역할을 해야하는 베네치아 상인, 환전상들은 철저한 장부관리 뿐만 아니라 대출과 같은 신용거래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정확한 기일에 채권을 추심해야 하고 이자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금융시스템에서는 당연한 절차지만 주먹구구식이 많았을 당시에는 베네치아의 엄격한 시스템이 탐욕스럽고 매정한 돈미새들로만 보이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KakaoTalk_20241127_104746631.jpg 캄포 방코 지로는 과거 오픈 에어 은행이었고 채무 추심을 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한 예로 위 사진에 보이는 방코 지로 캄포의 한 쪽에는 작은 돌계단이 있는데 이곳에는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사람을 그 계단에 앉혀놓고 여러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가 근처 베네치아의 영향아래의 파도바에도 있었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돈 앞에서는 정말 얄짤없다. 차라리 개인 파산과 회생 절차가 있는 현대가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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