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플 Apr 25. 2023

퇴직자금의 기준

지출 증가 VS 지출 감소

 얼마만큼의 돈이 손에 쥐어져 있으면 퇴사 이후 생활에 안정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퇴사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때문이라 수입이 딱 끊어져 버렸을 때를 대비하여 일정 금액의 돈이 준비되기를 희망했다. 생활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되는 것이 당연하다.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즉,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간다는 말인데 그 어떤 것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돈은 퇴직자에게 최대의 이슈이다.


 나는, 퇴직을 통해 몇 개월간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의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갖는 것이 목표이다. 휴식기 이후에는 다시 경제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래서, 휴식기를 채울 수 있는 몇 개월 정도의 퇴직 자금이 필요하고 은퇴는 아니기에 비교적 자금 부담이 적다.


 얼마나 쉬려는 건지에 대해서는 이전의 퇴직 경험을 바탕으로 기간을 유추할 수 있다. 한두 달은 너무 짧고 6개월 정도면 충분히 쉬었다, 싶을 만큼의 시간이 채워진다. 이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몸이 근질근질한 신호가 온다. 따라서, 반년 정도를 지낼 돈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받은 월급은 한 달에 250 만원 내외. 그래서, 6개월이면 1,500 만원 가량이 예상된다. 이는 퇴직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퇴직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실질적인 지출 규모는 그동안의 소비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월급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이전의 퇴직 경험을 생각해 보면 초반에는 지출이 평소보다 늘어난다. 기분전환으로 여행을 가거나 옷을 사거나 하는 충동적인 소비가 늘어나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만 원까지 더 지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직금을 받으면 먼저, 신용 카드를 모두 갚아서 체크카드만 사용하는 게 좋다. 과도한 지출을 막고 익월의 카드값 폭격을 대비하는 비책이다. 그리고, 쉬는 기간 동안의 적금은  미리 납부하여 정기적인 목돈 지출을 정리한다.


 매달 내는 공과금, 사보험료, 생활비, 용돈은 직장을 다닐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출이 늘어나는 게 당연한데 예측하지 못할 부분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지역가입자로 바뀌면서 개인 부담금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직장을 다닐 때에 비해서 교통비나 식비, 찻값 등은 월등히 줄어든다. 교통비 같은 경우에는, 월 10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으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돈은 쓸 곳은 많고 벌기는 어려운 게 진리이다. 쓰자면 더 쓸 수 있고 아끼자면 아낄 수 있기에 변화무쌍한 지출에 관한 예측을 멈추고 가진 금액 안에서 규모 있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궁금증에  유튜브를 찾아보았더니 퇴직 자금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어느 성공한 사업가가 나와서 일을 그만두더라도 3년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저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내가 만약 다른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3년의 시간은 타당성 있는 주장이다. 어떤 사업이든지 그 분야에 뛰어든 후 자리 잡기까지 일이 년의 기간은 필요하므로 3년 정도 여유를 둔다면 뭐든지 해낼만한 넉넉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투버는 퇴직 이후 12개월 정도 살아갈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 기준은 실직 후 나라에서 지급하는 실업 급여를 연상하게 한다. 실업이라는 상태는 재취업을 전제로 하여 사용되는 말이다. 재취업을 위한 대부분의 직무 프로그램이 1년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 기간 내에 업무 능력을 향상하고 재취업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유튜브에 나오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찾아볼수록 좌절에 가까운 기분만을 주었다. 현재 급여의 3년 치 혹은 12개월치가 주는 부담이 싫었다. 게다가, 내 상황을 이해하는 논리가 아니라 돈은 ‘많이’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 귀결되는 듯한, 너의 능력을 보여줘, 식의 말투가 비현실적인 면도 있었다.


 돈. 6개월의 유예기간을 예상하는 나에게 남겨진 숙제는 또 다른 밥벌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과 함께 돈걱정이라니. 이 웬수다.



* [퇴사일기] 는 매주 화요일 찾아옵니다. 여러분의 퇴직 고민에 공감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 yes or n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