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어떤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눈물이 고일 때가 있다. 예전에 티브이에서 오디션 현장을 심사하는 연예인들이 참가자의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면 오버 아니야, 하고 콧웃음을 치던 사람이 나였는데 이제는 지나가는 바람에도 울 것 같은 내 모습에 흠칫 놀란다.
웃음보다는 눈물에 사람의 감정이 농축되어 들어있는 것 같다. 눈물이 많아진 나. 그 안에 나이가 들어 있는 걸까. 아니면, 세월이 숨어 있는 걸까.
마흔을 넘었을 때만 해도 나이에 대한 느낌이 없었다.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서른이 마흔이 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흔 하나, 둘, 셋, 넷을 지나 다섯 고지를 넘고 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싱숭생숭하다는 것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앞서 설명한 감정의 불안정함 그리고, 신체적인 불안정함, 마지막으로 미래의 불안정함. 감정, 신체, 미래의 흔들림이 나의 눈물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쉽게 늙는 것으로 꽃이 있다. 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이 급격히 변해가는 특성이 있다. 꽃이 피기 전 봉우리였을 때에는 만개를 기대한다. 개화된 꽃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존재로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꽃이 시들고 나면 볼품없는 줄기와 가지만 남는다. 특히, 목련처럼 꽃잎이 떨어지면서 갈색으로 변하며 무르는 경우에는 이전의 화려함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사람의 젊음과 늙음 사이에도 이와 같은 급격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꽃다발은 선물 받는 순간에는 아름답지만 길게 봐야 일주일, 열흘 정도 지나면 시들어 버려서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처음 받았을 대의 아름다운 싱싱함은 영원할 것 같지만 하룻밤, 이틀 밤이 지나면 금세 퇴색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한 변화에 사람들은 꽃을 보면서 아름답다 하고 그러면서도 아깝다고 한다. 사람에게 젊은 날들도 아름다우면서도 아깝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꽃을 좀 더 즐기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꽃을 건조하는 방법이 있다. 꽃을 있는 그대로 거꾸로 매달거나 건조한 곳에 놓아두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양을 유지하되 향과 색에 변화를 겪으며 고정된다. 처음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고유한 색과 품위를 지키는 꽃을 곁에 둘 수 있다.
둘째, 꽃은 향이 오래 남는다. 꽃잎과 줄기, 잎사귀에서는 다른 향을 내뿜는다. 식물에는 특유의 시원한 향이 있어서, 사람들은 꽃을 선물 받으면 향을 맡아본다. 자연을 연상케 하는 향이 전해진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꽃을 말리는 과정에서 꽃향은 일시적으로 더 짙어진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향이 다 날아가 버리지만 꽃을 말리는 과정에서 며칠간은 주변에서 더 짙은 꽃향기를 즐길 수 있다.
셋째, 꽃의 줄기를 조금씩 자르면서 물을 갈아주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수돗물보다는 설탕물이나 미지근한 물, 사이다를 넣은 물 등이 줄기가 물을 끌어당기는 데에 도움을 줘서 꽃을 싱싱하게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생을 즐기는 데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하다. 다만, 인생도 후반부가 되면서 향도 달라지고 빛깔도 달라지지만 여전히 원형을 유지한 채 존재할 것이다. 마른 꽃이 더 짙은 향기를 남긴다. 그러니, 늙으면서도 내 모습이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