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짧디짧은 인생의 가장 큰 실수는 대학을 포기한 것도, 음악과 글 쓰는것을 포기한 것도 아닌 그녀를 놓쳐버리고 만 것 이다.
보살핌 받지 못하던 나에게 그녀는 어머니였고 친구가 없던 나에게 그녀는 친구였고 기댈 곳이 없던 나에게 그녀는버팀목 이였고 아무런 목표가 없던 나에게 그녀는 꿈 이였다.
나에게 그녀는 여자 이상의 존재였다.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외딴 섬에 갇혀 있는 듯한 지금의 나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하루하루 그리워하며 누구보다느리게 흘러가는 시계의 초침을 바라본다.
나에게 그녀는 인연이였지만 그녀에게 나는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였고, 나에게그녀는 행복이였지만 그녀에게 나는 불행이였다.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할 그녀를 떠올리면 아련하기도, 그립기도, 분하기도 하지만 끝이란 걸 알기에 그리고 나에게 남은 인생이라는 시간에 그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걸 알기에 억지로 쓴 약을 삼키듯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나에겐 너무나 벅차고 힘든데다가 납득하기도 어렵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기에, 그리고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 행복하기에, 나만 참고 나만 견디면되는 걸 알기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가 보다.
몸도 마음도 떠나버린 그녀에게 난 미안한 것도, 하고싶은 말도, 따지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지만 내 마음 속 깊숙한 서랍에 넣어둔 후 무거운 자물쇠를 달아버린다.
언제쯤 내가 괜찮아 질지 확신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이것이 나에겐 가장 큰 후회이자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