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모두 거짓말 이였나 보다.
흐르고 흐르는 시간은 마치 몰아치는 파도의 기억처럼.
그저 난 손 쓸 틈도 없이 휩쓸리고 휩쓸려 자꾸만 기억이라는 것에 휩쓸려 버리고 만다.
같이 걸었던 길과 같이 가던 가게들, 같이 보내던 과거들은 도저히잊혀지지 않은 채로 또 다시 모진 기억이 떠오르고 난 다시 그것에 휩쓸리고 또 다시 망가져 버린다.
나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
이제 바닥을 쳤으니 내일은 다시 떠오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은 다음 날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다시 더 깊은 바닥으로, 또 다시 더 깊은 바닥으로, 하루하루 흘러갈수록 점점 더 바닥으로.
잠들기 전 늘 시간을 돌려 달라는 간절한 외침은 쓸쓸하고 냉정한 아침으로 돌아오고 그런 바람들은 늘 소용없이 반복 될 뿐이다.
나에게 처음인 이런 마음고생이 얼마나 계속 될지, 기약 없는 지인과의 밥 약속과 같다.
아직 수영을 배우지 못한 나는 아직도 파도에 휩쓸리고 다시 휩쓸린다.
그저 스치는 인연이라기엔 그리고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말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바쁘고 몸이 지치든,
기억이라는 파도에 기약없이 또 다시 휩쓸리고 휩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