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음이 텅 비어있었다.
일찍 깨달아 버린 현실이라는 가시에 찔리고 또 찔려버려 더는 찔리지 않으려 다 비워 버렸다.
그리고 당연시 여겼던 마음의 공허함은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고 기대조차 하지 않으며 살아왔는데 그 사람은 내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 나란 사람을 차곡차곡 채워주었다.
점점 차오를수록 행복한 게 분명한데도 한 켠에 깊게 자리 잡은 불안감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허탈해하지 않도록 내가 더 행복해져야 하는데 행복감이 커지는 만큼 불안감도 비례해 커져간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집착한다.
“미안해, 이런 감정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용서해줘.”
그 사람은 날 용서해주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날 믿어주고 나도 잠시 동안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용솟음치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결국엔 그 사람을 힘들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나도 그러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저 너무 많이 아끼기에 그랬던 건데 넌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니.”
이별이라는 가시가 코 앞까지 마주했다.
너무나 이기적인 나란 사람은 또다시 예전처럼 가시에 찔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 사람에게 돌려버렸다.
“착한 척하지 마.”
”이해하는 척하지 마.”
“넌 아무것도 몰라.”
“나한테 넌 아무것도 아니었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만 하자.”
그렇게 나는 뾰족한 가시로 그 사람을 깊게 찌른 채 도망쳤다.
그 사람이 차곡차곡 쌓아준 마음은 이름 없는 해변의 무의미한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렸고 바보 같은 난 무너진 흔적을 쳐다보며 아려하는 마음을 괜찮다고 위안하 듯 억압해 손에 꽉 쥐어버렸다.
항상 난 걱정했다.
이런 행복감이 크나큰 좌절이라는 크나큰 부메랑으로 돌아와 전보다 더 안 좋아져 버릴까 봐 항상 겁나고 두려웠다.
그 사람을 믿지 못한 대가는 너무나 컸다.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믿어줄걸, 그저 후회뿐.
앞으로 살아가면서 좋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조금 더 바닥으로 떨어져 다시 텅 비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