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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Feb 04. 2024

너는 꿈이 뭐야?

엉뚱한 질문들이 주는 것

아이 친구 생일파티에 가는 길이었다. 차는 주차장에 있는데 차키를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쩔  없이 택시를 타야했다. 한참    길가에서 서성이다 안되겠다싶어 휴대폰에 택시앱을 깔고 불렀다. 덜덜덜 떨며 길에서 보낸지 30 만에 구세주 택시가 왔다.


“어서 오세요. 꼬마아가씨! “

기사 아저씨의 환대에 아이의 뾰루퉁한 마음이 금세 풀렸다. 덕분에 늦을까 걱정하던 엄마의 마음도 스르르 녹았다. 전직 경찰이셨다는 아저씨는 호신용 호루라기와 형광펜을 선물로 주었다. 신이 난 아이는 늘 그랬듯 표지판의 길 이름을 읽고 ‘꼬마가 글씨를 읽는다’며 아저씨가 감탄을 하며 폭풍칭찬을 한다. 엄마가 끼어들 틈도 없이 종알종알 이야기 하는 아이. 아저씨가 문득 물었다.


“우리 꼬마아가씨는 꿈이 뭐야?”


내가 단 한번도 던지지 못한, 아니 않은 질문이었다. 벌써부터 미래를 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당황한 사이, 아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토끼 공주님이 될꺼에요!”


토끼공주님!  한번도 예상치 못한 장래희망! 막연하게나마 아이를  안다고 생각한 내가 갑자기 부끄럽네!






생일파티를 마치고는 다행히 같은 방향 친구 엄마가 태워 주었다. 소민이 엄마는 두 아이 엄마답게 다정하게 아이와 맞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예상치 못한 질문과 답이 있었다.


“소헌이는 아빠랑 사이 좋아?”

“아니 나빠요!”


단호하게 ‘나쁘다’고 말한 아이, 당황한 엄마가 수습도 하기 전에 대화가 이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빠는 자꾸 제 손을 앙 물어요. 아무때나 저를 꽉 안아서 놓아주지 않아요. 제가 빼!라고 하면 막 더 꽉 안아요. 그럼 저는 빠져 나올 수가 없어요. 아빠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싫어하는 것만 해요. “


너무나 심각하게 말하는데 엄마들은 웃음이 빵 터졌다. 소민이가 말했다.


“우리 아빠도 그래. 자꾸 수염을 내 볼에다 갖다대고 긁어. 그럼 너무 까끌까끌해. 하지 말라고 해도 자꼬해“

“그럼 어떻게 해?”

“도망가”

“어휴 아빠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치?”

 

아이들의 아빠 뒷담화에 엄마들은 배꼽잡고 웃었다.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거야?!


어떤 질문들은 몰랐던 상대의 평소 생각을 알게하고, 어떤 질문들은 관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떤 질문들은 무디고 어떤 질문들은 날카롭다. 내가 평소에 아이에게 했던 질문들은 다 안다고 오해하고는 그저 관성에 젖은 것들이었나 반성하게 된다. 이래서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뜻밖의 질문에 당신의 마음을 선명하게 알아낼 수도 있으니까. 어른이든, 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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