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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그리기에 마음 잇기

by 구수정

하루종일 아이가 혼자 놀아준 덕분에 후속 연구의 고민했던 난제를 나름 해결했다. 저녁 먹고 엄마랑 놀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케치북을 펼치고 이어그리기를 시작 했다. 처음 해보는 놀이 방식에 멈칫 하다가도 나름 규칙을 응용해서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며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자연스레 패턴에 몰입해 그리다가도 새로운 연결을 해보기도 하고 공간도 확장해간다. 이제, 일곱살은 이런 것도 되는구나.


문득 장난을 쳐보고 싶어서 빨강색으로 아이가 그리는 족족 덮어버렸다. 화를 낼까? 아님 울까? 아이는 예상과는 다르게 배시시 웃더니 덮어버린 빨강 동그라미 위에 다시 이어 그린다. 뭘 (이어)그린건지 묻자 동그라미의 뒷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예전같으면 계획대로 되지 않음에 난리를 쳤을텐데, 이제 이게 수용되네. 마음도 많이 자랐구나.


아이의 색연필을 쓰는데 왜 이리 많은건지. 12색 색연필 세트를 세 개 정도 섞은 거 같다. 이걸 다 쓰냐고 했더니 색깔이 다 달라 쓸 데가 다르단다. 그러고보니 같은 핑크도 미세하게 다르고, 형광핑크도 있고, 써보니 질감도 다르고. 이렇게 다양한 핑크이라니. 아동용 색연필은 다 똑같은줄 알았더니 달라. 색깔만큼이나 다채로운 아이의 세상.


#드로잉에세이 #구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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