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동화될 수 없었던, 타인들의 축제.
매서운 바람이 차갑게 몰아치는 바다 위, 쭉 뻗은 빨간 다리. 훤히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바다와 출렁이는 물결과 바다 안개와 넘실대는 갈매기 떼에 넋을 잃는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카메라와 휴대폰을 들고 저마다 들떠있었다. 우울한 습기가 옷깃에 스며드는 것쯤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곳은 금문교 최고의 포토스팟이었다. 다들 서로서로 사진을 찍고 찍어주기 바쁘다. 나는 어떤 일로 일행들과 떨어져선 혼자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로 가는 중이었다.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한 나 이지만, 혼자이기 쉽지 않은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조금은 다른 느낌을 준다.
바다쪽으로 돌출된 난간 위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이리 저리 카메라 앵글을 무심히 돌려보다 막 다리 기둥을 돌아 나가려는 참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혼자 느릿느릿 걸어들어오더니, 커다란 붉은 다리 기둥 곁에 기대어선 털썩 내려앉아버렸다. 그리곤 턱을 괴고 한참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하염없이. 그녀의 곁에는 누구도 없었고, 그 어느 나라에서 산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원피스엔 빨갛고 노랗고 파란 꽃들이 축제처럼 늘어서있다.
그녀는 누굴까, 어디에서 온 사람일까. 왜 거기 그렇게 혼자 앉아 있었을까. 그리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모두가 서로를,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그 장소를 배경으로, 그녀만 그렇게 혼자 둥둥 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자꾸 그녀가 눈에 밟혀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동안 주위를 서성이다 이 사진 하나를 남겼다. 그녀가 무사히, 그리고 그 때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