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계가 5시간 늘어났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2022년을 마무리했을 때처럼,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다섯 가지 키워드를 뽑아봤습니다.
작년 겨울, 이런저런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고명환 님이 하신 말씀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알던 그 개그맨 고명환 님이 아니더군요. 웃기기만 할 줄 알았는데 성숙한 생각과 유려한 말솜씨에 깜짝 놀랐습니다. 몇 개의 동영상을 더 찾아보니 이 분의 성장 비결은 바로 독서와 긍정확언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고명환 님이 매일 올리시는 긍정확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치 제가 요리를 개발해야 할 것 같고, 7시 이후에는 금식을 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매일 보다 보니 고명환 님이 매일 외치시는 목표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무의식에 소복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일단 시작해라, 생각만 많이 하지 말고 일단 움직여라'라는 영상이 올라온 날 툭 떠밀리듯 시작을 했습니다. 기교 없이 찍은 수수한 고명환 님의 긍정 확언들을 보니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 10분짜리 영상을 찍는 데에도 깊은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이 봤을 때 그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실력자다'라는 말이 있죠. 매일매일 의미 있는 내용으로 재미까지 함께 전달하는 고명환 님의 내공은 내가 그 모습을 따라 하려고 했을 때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쭈뼛거리는 제 모습이 찍힌 영상을 확인할 때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회의감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명환 님의 긍정확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패배란 뒤돌아 서는 것을 의미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엉망진창이긴 해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긍정확언이 오늘부로 벌써 327일을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명환 님이 호언장담하셨던 대로 1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아래 동영상으로 갈음하겠습니다.
https://youtu.be/FfOLHwpzPd8?feature=shared
올해 저는 5km 마라톤을 2회 완주했습니다. 올 초에 세웠던 목표가 2km를 달리는 것이었으니 이만하면 목표를 이루고도 남은, 제법 뿌듯한 결과입니다. 아직 제 실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달릴 때 2km까지가 가장 힘이 듭니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힘들어질 것 같은데 실제로 뛰어보면 2km 정도를 뛰어야 오히려 몸이 풀려서 달리기 한결 쉬워집니다. 그래서 달리기에 정을 붙이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2km에서 5km로 늘리는 데 3, 4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반면에 2km를 달리기까지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이 기간 동안 나이키 런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올 한 해도 5km를 완주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혼자 뛰는 달리기는 지루할 것 같지만, 나이키 런의 Guided Run을 실행하고 뛰면 재미도 있고 목표를 완주하고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니 자존감도 올라갑니다.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달리기를 보조해 주는 다양한 앱이 있으니 새해를 맞아 달리기에 막 입문하시는 분들이 혼자 달리기에 정이 붙지 않는다면 앱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2023년은 밀리의 서재 덕분에 충만할 수 있었습니다. 제 긍정확언의 멘토, 고명환 님이 독서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시죠. 또 독서가 자기 계발을 생각했을 때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라서 저도 올해 초 본격적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독서량이 늘어나니 책값에 대한 부담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한 해외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료 전자도서 서비스를 신청해 잘 이용을 하고 있었는데 콘텐츠 제공 업체가 변경되면서 다른 플랫폼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때 만난 밀리의 서재는 이제는 제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앱이 되었습니다. 한 달 구독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내가 원하는 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으니 저에게는 가뭄의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인 셈이죠. 읽을 수 있는 책의 수가 많을 뿐 아니라 독서와 관련된 부차적인 서비스도 꾸준히 다듬고 발전시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성실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2024년도 밀리의 서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긍정확언을 외치고, 독서 양이 많아지고,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서 이 전에는 없던 마음의 코어근육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워라밸을 지키려고 했던 이 전의 가치관이 변했습니다. 야망이랄 것이 없던 저는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삶을 침범하지 않도록 모든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이제는 경제적 자유보다는 일과 삶을 잘 동기화하는 법,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저는 개발자로서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선택했던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음 근육을 키우고 나서는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이 내 능력을 활용해서 세상에 보람된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는 저의 첫 번째 긍정확인이기도 합니다. 저는 건강이 허락을 할 때까지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습니다.
2023년은 저의 경제관념이 180도 바뀐 한 해입니다. 이 전에는 돈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바라는 삶의 모습을 그릴 수 없어서였죠. 세금을 뗀 월급액수 이외의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한 해는 그간 몰랐던 주식, 가상화폐 등을 공부하며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알아갔습니다. 아직 빙산의 일각을 봤을 뿐이지만 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덕분에 사는 것이 조금 재미있어진 것도 같습니다. 돈을 모르던 때에는 마치 장외에서 겉도는 구경꾼 번호 9304847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게임 참가자 까지는 못되어도 게임을 잘 보기 위해서 앞 좌석으로 옮겨가는 노력정도는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룰을 배울 때입니다.
2023년은 내면의 성장이 많이 이루어진 한 해였습니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 확장판에서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1994년 29세였던 중위 나이가 이제는 46세라고 합니다. 벌어진 17년만큼 인생의 후반전이 길어졌으니 본인의 나이에서 그 정도인 17세를 빼야 감성과 라이프스타일 나이가 맞아떨어진다고 합니다. 지금 김미경 강사님은 환갑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17살을 뺀 42세의 삶을 살고 계시는 거죠. 제 나이에서 17이라는 숫자를 빼면 19세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웃음부터 나는 것을 보니 저도 이제 어른이기는 한가 봅니다. 어쨌든 아직 제가 중위연령을 지나지 않았으므로 17세까지는 아니어도, 그 절반인 9살 정도를 빼면 20대 중반인데 생각을 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의 인생시계는 현재 몇 시를 가리키고 있나요? 저는 내 인생시간이 몇 시인지 자주 생각해 봅니다.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제 인생시계는 2023년 초반까지만 해도 오후 4시 30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한창 빛이 날 20대는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이미 지나가버렸으니 저녁식사인 인생 중후반을 준비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제 인생 시계는 오전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5시간이나 앞당긴 것이죠. 물리적 시계는 과거로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인생 시계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앞으로 그 기록들을 천천히 쌓으며 비슷한 여정을 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 모두 올 한 해 수고하셨고 2024년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