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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맘 Oct 13. 2024

다 키웠다는 건 섣부른 착각인 걸까

24개월: 아가야, 두 돌을 축하해

온갖 호들갑을 떨며 보냈던 첫 돌과 달리, 두 돌은 벌써부터 매년 찾아오는 정기 이벤트의 하나가 되어버린 걸까.


아가의 두 돌날에도 정시 퇴근하기가 벅찼던 엄마는 그나마 택시를 잡아타고 최대한 빨리 아기에게 달려가는 게 최선이었다. 헐레벌떡 아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서 식당 밑반찬으로 나온 미역국을 먹여주고, 아기가 좋아할 만한 곰돌이 케이크를 준비한 게 내가 해 준 전부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생일축하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부르며 행복해해 줬다. 준비한 것도 없는데 아기가 너무 쉽게 행복해져서 엄마는 더 미안해졌다. 이건 워킹맘의 고질병이 아닐까 싶다.


두 돌의 아기는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낼 줄도 안다. 우리 아기는 특히 노래를 좋아하는데, 곰 세 마리 노래를 부를 때는 꼭 할머니곰을 넣어서 곰 네 마리를 만들고는 한다. 벌써 나와 제법 티키타카가 통한다. 영어책을 읽어주면 그것도 곧잘 따라 해서 영어를 가르쳐야 하나 괜한 조바심도 난다. 놀라운 성장속도이다.


그런데 내 옆에서는 그렇게 청산유수로 조잘대던 아가는 밖에 나가기만 하면 조용해진다. 이제 말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의 궁금증이 우스울 정도로 말을 잘하는데, 꼭 내 앞에서만 그렇게 말을 조잘거리니 증명할 방법이 없다. 모든 엄마가 자기 아기는 천재라고 생각하는 게, 마냥 콩깍지만은 아니겠구나 싶다. 아기는 제일 편안한 엄마 곁에 있을 때 자기 능력치의 100%, 아니 150%는 발휘하는 듯하다. 그러니 엄마 눈에 보이는 아기는 매번 놀랍고 신기할 수밖에. 우리 아기보다 말이 늦어 보이는 또래 아기들도 엄마 곁에서는 우리 아기보다 더 깜찍하게 재잘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필 요새 나는 회사에서의 일처리가 엉망진창이라서 아가의 눈부신 성장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맡은 일도, 모시게 된 상사도 모든 게 마음에 드는 게 없는 하루의 끝에서 만나는 아기는 매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어느새 아기가 내 곁에 있는 시간보다, 내 곁에 없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일까. 만날 때마다 아기의 생각이 한 뼘씩은 자라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라 난 아기는 어느새 엄마가 일 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쉬움도 드러낸다. 아빠가 오면 엄마가 간다는 사실을 학습해서인지, 요새는 아빠가 곁에 다가오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기도 한다. 억울한 남편에게 미안하면서도, 아기에게 벌써 이별의 아쉬움을 가르쳐야 하나 싶어서 눈물이 찔끔 난다.


자기 생각을 조잘대는 걸 보면 벌써 다 키웠구나 싶으면서도, 잠꼬대로도 엄마를 찾는 아기를 보면 아직 마냥 엄마가 필요한 아기구나 싶다. 아기의 24시간 중에 내가 차지하는 시간이 고작 3시간 남짓인데, 나머지 21시간 동안 내가 과연 무엇을 얻고 있는 걸까. 혼란스러운 회사생활과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잠든 아기 곁을 찾아가면 아기는 그저 냄새만으로도 나를 위로해 준다.


 소중한 나의 아가, 두 돌만큼 자라난 걸 축복해. 엄마도 열심히 자라나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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