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이 본 뉴스는 무엇입니까?

'슬로우 뉴스'는 왜 기억에 남는가

by 강펜치

잰 윈번 교수가 내게 알려준 ‘슬로우 뉴스’, 즉 인간의 풍부한 경험을 전하는 스토리 뉴스의 효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독자들이 기사를 시작부터 끝까지 읽게 만든다. 둘째, 기사의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다. 인터뷰 도중, 윈번 교수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최근에 읽은 기사 중에 기억나는 게 있나요? 있다면 말해주세요.”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 날마다 조금이라도 뉴스를 읽거나 듣는데, 즉답을 할 수 없는 게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맥락 없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패스트 뉴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세 사라진다. 패스트푸드를 매일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마찬가지로 패스트 뉴스의 광잉 노출은 피로와 불안을 키우기 쉽다. 윈번은 스토리텔링으로 점철된 슬로우 뉴스의 장점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설명했다.


“슬로우 뉴스는 더 깊이 있고 사려 깊게 독자들에게 접근합니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 남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 사실이 단순히 정보만 전달될 때보다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윈번이 언급한 스탠포드대학의 실험은 1969년 이 대학의 고든 바우어(Gordon H. Bower)와 미칼 클라크(Michal C. Clark)가 진행한 ‘연속 학습에서 이야기 구성의 매개 효과(Narrative Stories as Mediators for Serial Learning)’를 말한다. 두 사람은 이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대학생 24명을 대상으로 각각 10개 명사로 이뤄진 12개 목록을 학습하게 했다. 이어 한 그룹은 단순 반복 학습을, 다른 그룹은 단어들을 연결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학습 직후에는 두 그룹 모두 거의 완벽하게 단어를 기억했다.


하지만 전체 목록 학습 후 다시 회상했을 때 스토리텔링 그룹은 통제 그룹보다 6~7배 더 많은 단어를 정확히 기억해냈다고 한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주제 중심의 조직화(Thematic Organization)’에서 찾았다. 이야기를 동원한 구조화 방식이 기억 단서를 제공하고 목록 간 간섭을 줄였다는 분석을 도출했다. 이는 단순 반복보다 이야기 구조가 장기 기억 형성과 정보 재구성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였다.


조직행동론을 연구하는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의 책 <스틱!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도 ‘기억에 남는 메시지’의 조건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아이디어에는 몇 가지 공통된 요소가 있다고 보고 이를 ‘SUCCESs 원칙’으로 정리했다.


단순함(Simple)과 의외성(Unexpected), 구체성(Concrete), 신뢰성(Credible), 감정(Emotion), 이야기성(Story)이 그것이다. 역피라미드 기사는 ‘단순함’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나머지 요소를 충분히 살리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스토리텔링 기사는 구체적 장면과 감정, 이야기성을 통해 독자의 몰입을 이끌고,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을 높인다.




윈번이 앞서 "기사가 끝나는 곳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주장한 것은 실제 그녀의 삶에서 나온 고백이었다. 그녀의 가족에게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때도 해당 사건을 취재하던 언론은 이 사건을 '비극'으로 종지부 찍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30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는 2023년 이 이야기를 강연 플랫폼 TED에서 공유했다. 다음은 그녀의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옮긴 것이다.


1997년 12월 3일 한밤중에 누군가가 캔자스시티 외곽의 윈번 부모님 집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공군 장교 두 명이 서 있었다. 이날 미 공군 전투기 항법사였던 큰오빠 짐이 사고를 당했다. 그가 몰던 전투기가 유타주와 네바다주 경계의 산악지대에 추락했다고 장교들이 전했다.


당시 윈번이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을 즈음이었다. 그녀는 23살이었고, 2명의 오빠, 짐과 잭이 있었다. 그들은 ‘3J’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남매애를 과시했다. 사고를 당한 그녀의 오빠는 겨우 26살이었다.


사고 지점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쳐 기상이 매우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투기가 추락한 곳도 산악지대인 탓에 공군이 현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이 소식을 접한 윈번과 가족들은 짐이 살아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서 짐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숨진 채로 산에서 내려왔다.


그날 윈번은 집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지역신문인 <캔자스시티스타> 기자였다고 한다. 기자는 윈번에게 물었다.


“당신의 오빠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동시에 공군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도 알 수 있을까요? 사고 원인이 날씨였나요? 아니면 당신 오빠나 조종사가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인가요?”


저널리즘스쿨을 졸업한 윈번 또한 그 기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했다. 그녀는 말한다.


그 기자는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사를 쫓고 있었어요. 끝을 알리는 헤드라인, 수색의 끝, 내 오빠 생의 끝, 그리고 우리 희망의 끝.


그녀의 오빠가 순직한 지 30년이 흐른 그날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발신자는 짐이 공군에 복무할 때 함께 지낸 동료였다. 그가 전한 소식은 놀라웠다.


그는 유타주 힐 공군기지 내 이발소에서 <힐탑타임스>를 읽던 중 눈을 잡아끄는 뉴스를 발견했다. 해당 기사에는 공군이 유타와 네바다 경계의 헤이스택산(해발 3658m)에 올라 나흘 동안 항공기 추락 현장의 잔해를 수습했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그리고 추락 사고 현장에는 연필과 군용 시계가 발견됐다. 이 시계에는 일련 번호가 있었는데, 바로 윈번의 큰오빠, 짐의 시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윈번은 이 기사를 접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수습 작업에 관한 소식과 사진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위로했어요. 우리는 기사에 실린 공군 수색대의 얼굴들을 유심히 들여다봤고, 파편 사진도 꼼꼼히 살폈으며, 오빠의 생이 끝난 그 황금빛 산정상을 오랫동안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했어요. ‘꼭 그곳에 가야 해’라고 말이죠.


이렇게 해서 윈번 가족은 사랑하는 아들과 형, 오빠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짐의 생년월일과 사망일이 새겨진 얇은 화강함 표지석도 챙겼다. 황량한 원주민 보호구역 내 솟은 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곳 고슈트 부족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들은 험비 차량에 올라 타 딥크리크산맥으로 출발했다.


드디어 사고 지점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추락이 남긴 충돌 흔적이 흉터처럼 산에 선명하게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땅에는 작은 금속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 윈번 가족은 차량에서 내려 그것들을 주머니에 담았다. 이어 산들을 내려볼 수 있는 자리에 화강암 표지석을 설치했다.


우리는 침묵에 잠겼습니다. 생각에 잠긴 채, 말이 없었습니다. 나는 오빠가 그렇게 거칠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히 쉬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윈번의 어머니는 그날 밤의 상황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출장 중이었고, 어머니는 집에 혼자 계셨다. 바로 그때, 두 명의 공군 장교가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어머니의 회상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아버지는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 참담한 밤, 아내 곁을 지키지 못했던 사실을 늘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곧, 아버지도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꺼낸 기억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는 방금 함께한 여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가족은 단 하루 만에 시간을 거슬러 먼 길을 달려왔다. 조지아와 미주리를 지나 유타와 네바다, 고슈트 부족의 땅을 거쳐, 마침내 ‘헤이스택 마운틴’이라는 산에 도달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어요.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고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c1wKQpJIs60&t=188s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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