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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Mar 22. 2021

대학교 레버리지

이왕 비싼돈 낼거면 뽕을 뽑아야지

질문을 받았다.

"대학가서 돈만 쓰고, 배우는것 없이 놀기만 하는 것 같던데 굳이 가야하나요?"

"대학 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내가 그렇게 놈팽이처럼 보였나 싶다가도, 자연스레 내 대학생활을 반추했다. 


나는 문송한 경영학과 졸업생이다. 운좋게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은 내지 않았고, 어려운 취업시기에 우연찮게 취업도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나 괜찮게 대학생활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은 건, 하나의 레버리지로서 대학교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1. 대학교의 비용

대학교 '학위'라는 일종의 사회적인 통행권을 가지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자. 통상 8학기를 등록해야하고, 한학기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는 250~300만원, 비싼 사립대의 경우, 400~500만원 수준이니 8학기로 계산하면 2000~4000만원 수준이다. 1과목에 3학점, 일주일에 3시간, 한학기(약 16주)에 18학점 듣는다고 계산하면, 288시간(6과목 x 3시간/주 x 16주) 수업에 250~500만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7,000원~17,000원 수준. 어찌보면 저렴한 것 같지만, 1주일 단위로 계산하면 15~31만원을 내야한다. 여기까지는 금전적인 비용이고, 반드시 20대의 4년이라는 시간적인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2. 대학교에 대한 실망

입학하고 난 직후 '경영학'이라는 것에 되게 크게 실망했다. 1학년 1학기, '경영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고등학교때 상상했던 그런 '대학 수업'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수업이 칠판에 빽빽히 쓴 판서를 내 노트에 베끼는 것이었다면, 대학교에서의 첫 경영학 수업은 칠판대신 PPT 슬라이드에 알아보기도 힘들만큼 빽빽히 들어찬 글씨들을 옮겨 적는 것이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고 했으나, (나는 전혀 상업적인 용도로 쓸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저작권 침해임과 동시에 교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첫번째 변곡점은 중간고사였다. 중간고사 1번 문제는 "경영학의 아버지는 누구이며, 그가 한 말을 쓰시오"였다. 경영학의 아버지는 프레드릭 테일러였고,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챕터의 마지막에 다른 색깔로 있는 [쉬어가기] 코너에서 나온 것이란 건 지금도 분명히 기억한다. 답을 모르는 건은 물론, 여태껏 배운 여러 이론(?)들을 다 제쳐 두고, 이 문제 하나로 성취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에 심보가 아주 뒤틀렸다. 10분정도 고민했으나, 앞뒤좌우에서 들리는 다다다다 펜소리를 들으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대학교는 완전한 자유의 세계인줄 알았던 나는 굉장히 오만했었고, 무엇보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으로 답안지에 '문제 수준이 형편 없어서 답을 적지 못하겠다'는 뉘앙스로 휘갈겨 쓰고 1등으로 시험장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동기들의 눈빛으로 전해지는 소리없는 박수도 받았지만, D+를 받았고.. 교수와 '상담'이라는 명목 하에 거의 반성문 쓰기 직전까지 갔었다. 아마 그때의 패기로는 장학금이 아니었다면 자퇴했지 않을까 싶다.


3. 대학교 레버리지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조금 생각을 바꾸었다. 등록금을 수업시간으로 계산하면, 굉장히 아까웠다. 다같이 빡빡이 머리에 똑같은 교복으로 똑같이 공부하던 고등학교때와 달리 대학교는 조금 더 큰 사회였고, 훨신 다양한 범주의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 돌+I들과 어울리면서, 계산이 잘못된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교는 수업 말고도 인프라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내 경우엔, 처음엔 '동아리'와 '대외활동'으로 시작했고, 교환학생, 인턴, 해외인턴으로 알차게 뽕을 뽑아먹었다고 생각한다. 교환학생 1년, 인턴 2번, 해외인턴 1번으로 실제로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건 3학기정도고, 나머지는 돈을 벌면서 다녔으니 비용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

동아리는 처음으로 접하는 약간은 공식적인 사람들의 집단이다. 보통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취미생활을 배우고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사람을 모으는지와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운영하는 직장인 동호회는 대학교 동아리와 약간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동일하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사람을 모을 수 있다면 그건 돈이다.

교환학생은 웬만하면 해외 교환학생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와는 다른 삶의 양식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경험치의 데이터베이스를 쌓는걸 좋아한다. 군대에서도, 학교 내에서도 다양한 돌+I들이 있었지만, 해외에는 더 많다.

인턴은 일종의 셀프테스트라 생각한다. 이미 진로를 정하고 대학교에 들어온게 아니라면, 다양한 직무에서 일해보는 건 정말 좋은일이다. 우선은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십장(什長)이 되는 것을 추천하지만, 어떤 직무에 투신할지 정하기 전에 여러 인턴생활로 맛보기를 해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사는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

아쉬운 건 창업을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즘엔 특히나 창업지원 시스템이 아주 좋아서 한번쯤, 아니 수십번쯤 도전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창업을 하게되면, 기획/인사/총무/영업/재무 등등 혼자서 다 해야하기 때문에 나중에 회사에 지원할때도 좋아한다. 실제로도 '해결사'로서의 마인드세팅도 가질 수 있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등록금이 한두푼 하는 세상도 아닌데, 대학교에 가서 돈만 쓰고, 배우는 것 없이 놀기만 한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학교를 가지 않는 것과 비교했을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건 사실이고 제대로 결과를 내는게 중요할 것 같다. 굳이 수업만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학위만 딸 생각이라면, MOOC나 여러 온라인 클래스로도 충분히 저렴한 가격으로 넘치게 배울 수 있는 세상이다. 오히려 현장에 밀접한 강사들이 더 실전적인 스킬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유튜버나 여러 사업가를 보면, '학위'로 구별되는 세상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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