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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23. 2024

06-230602

Cocktail Blues

초등학교 교실 뒤편 학급문고에서 "나일강의 소녀 캐롤"을 읽은 후부터 나에게는 이집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는데, 질풍노도의 고교 시절과 마왕의 N.EX.T 시절을 지나 -이 형이 왜 여기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영화 <미이라 1, 2>를 지나며 서서히 식어갔고, 남은 것은 '호루스의 눈' 하나였다. 그 눈이 다시 등장한 것은 누구라도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이날 이때까지 내 마음에는 못 위에 못이 박혀 어떤 것부터 뽑아야 그나마 덜 아플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뽑기 전에 이 역사(?)를 보고 기록해 줄 시선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호루스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자몽과 함께 찔린 심장을 보호하려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 게다. 은연중에 그냥 끌어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고 웃다는 십 대 후반, 선인장과 포옹하는 그림과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고슴도치를 포옹하는 버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때 그 그림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픔을 덮기 위해서는 아파야 하는구나, 새살이 돋는 것도 다 아파야 돋는 거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이 아픔들을 온전히 품에 안기에는 여전히 겁이 난다. 겁이 날 수밖에, 아픔을 상기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냔 말이다. 슬픔은 몰라도 아픔인데,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처음부터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런 아픔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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