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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공방에 간다. 일이 있어 건너뛰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골목에 이렇다 할 간판도 없이 등대처럼 반짝이는 공간이니까. 그렇게 공방에 가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납품에 실패한 그릇을 다시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작품이니까 적당히 사치스러워도 괜찮아요"라고 말했는데 두 선생님 모두 어떻게 그런 (멋진)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감탄하셨다. -작품과 용품 사이 창작과 디자인 사이 기타 등등 무수한 사이 속에 담아 둔 길고 긴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래서 어깨가 으쓱, 수업 마치고 얌전히 집에 들어가려던 생각을 바꿔 -개가 똥을 끊지- 단골 술집에 들렀다. 메뉴를 고르고 잠시 망설이다 화요를 시켰다. 그래 사치, 바로 지금이 사치가 필요한 순간이야.
자상한 홀마스터가 얼음이 필요한지 물었고, 피클을 먹겠느냐 물었고, 레몬은 안 필요하냐고 물었다. 홀마스터의 추천이라면 마다할 리가. 얼음이 담긴 그릇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내가 공방 다니는 걸 어찌 아신 것인지. 물론 그냥 고르신 거겠지만- 피클 너모나 맛있고, 레몬은 향이 강했지만 그래도 상큼했고 사치 부리길 잘했다 싶었다.
기분이 좋았다. 가게 앞 거리에서는 세 사람이 정삼각형으로 서서 꿍꿍이짓을 모의하는 듯하더니 길고 긴 이등변 삼각형을 만들며 하나, 둘로 나뉘어 멀어졌다. 맞은편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세 사람이 정삼각형으로 둘러앉아 짐짓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요는 얼음, 레몬과 삼각형을 이루다가 한우 육회, 참외와 삼각형을 이루다가 피클, 레몬과 삼각형을 이루면서 보케 렌즈를 씌운 것처럼 내 주변의 모든 빛을 삼각형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흙을 만지고 나면 몸은 텅 비고, 비어버린 몸의 무게가 오롯이 느껴져 조금 힘에 부치긴 하지만 그마저도 기분이 좋다는 이 고정값에 이 날의 수업, 사치에 관한 이야기에 더 기분이 좋았다. 내 모든 일상이 사치처럼 느껴져 버거웠는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니 마냥 기분이 좋아질 밖에. 너모나 기분이 좋아져서 냅킨에 가게에 대한 애정을 잔뜩 써재끼고 나온 것은 조금 창피. 아이 참, 부끄러바서 또 어떻게 간담. 그렇지만 홀마스터의 서빙도, 셰프의 음식도 너모나 맛있고 따스하니 달뜬 마음으로 또 찾아가 한껏 달뜬 채로 집에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