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살아가는 것도 고역이다. 인생의 한 부분을 분명하게 공유하고 장식했던 흔적이 상실되니 의심에 갇혀 나무 위로 올라 가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라 괴롭다. "크리스천이 왜 그렇게 사십니까?" "삶과 죽음 사이에는 거쳐가는 중간지대가 있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의 '평행이론'으로 얼버무린다. 비열하게 험한 인생을 자발적으로 기어 다니면서도 기회주의 근성은 버리지 못하니 소돔성문을 박차고 나오질 못한다. 올바르고 성실하게 제 할 일만 하면서 묵언 수행하는 게 그렇게 힘들고 구차할까? 궁리하고 궁리하며 염원하면 가능하지만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기발하게 어리석어 제 발 등 찍는 짓만 한다. 자신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절제하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정령이 깃들어 저절로 자유롭게 경건해져야 명징해진다. 오늘도 뜻밖의 환대는 없었지만 돌발적인 유혹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