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내키지 않아 어리둥절 저어한다. 왜 그러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할까? 타인의 이해를 얻지 못하는 곳이 지옥이다. 오전 내내 습기를 물고 있는 날씨가 스며드니 눅진해져 제습기를 트니 살갑다. 백석의 "흰 바람 벽이 있어"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가다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을 헤매인다" '쓸쓸한 것 만이 오고 간다'는 좁다란 방의 벽이 보였다. 내 다행한 늙은 어머니의 시퍼런 겨울날 차디 찬 물에 무언가 먹거리가 사랑의 불쏘시개가 되어 마음을 덥힌다. 만족에 가까워진다고 공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치에 가깝다. 비워지면 채워지고 채우려면 마땅히 비워져야 한다.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사라졌다. 당나귀는 수명도 인간하고 비슷하며 오묘한 기운이 낯설지 않고 고집이 대단해 종속되지 않으려 끊임없이 자유를 도모한다니 매력적이다. "맑고 참된 마음이 분해서 운다" 백석의 시구를 중얼거리며 용기를 북돋는다. 자신을 경멸하며 세상일의 번거로운 경지에 이르는 '최종인간'이 따스한 곳으로 이동한다. 자신의 몰락을 위해서... 당나귀야 넌 날 알아볼 테니 친구가 되어 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