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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y 10. 2024

신입 학생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친구 말대로 나도 다시 학교 다니고 싶다. 

밴드가 있다고 하니 약간 황당하였다. 9월에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했고 한동안 소식이 뜸했다. 장문의 이메일과 열개가 넘는 이벤트 목록을 보니 머리가 약간 지끈거렸다. 뭘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이다. 나 같은 이가 많았는지, 담당자가 수많은 답신을 받았다며 다시 간단한 이메일을 보내왔다. 일단 8월에 개최하는 모임에 꼭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새로 온 학생들과 부모를 위한 온 오프라인 설명회를 한다고 하길래 신나는 맘으로 갔다. (이것도 한 달 전 이메일에 링크가 있었는데, 그때 바로 신청을 안 해서 일주일 전 자리는 이미 'fully booked' 이었고, 한자리 내달라고 정성스러운 이메일을 보내 간신히 참여할 수 있었다.) 밴드와 과자 아이스크림을 준비했다고 하니 먼가 축제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다. 


도착하자마자 큼지막한 학년 스티커를 아이에게 붙이더니 포토월에서 사진사가 기념 촬영을 했다. 영화제에 온 거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후다닥 정신없는 와중에 밴드 소리는 들리고, 삼삼오오 모여 스탠딩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는 학부모들과 한쪽에 쿠키를 집어먹는 아이들과 함께 했다. 한마디로 약간 들떴다. 같은 학년 아이를 먼저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와서 두리번거리면서 동갑내기를 찾아보았다. 다행으로 한 명은 보았다. 그 집은 누나가 먼저 학교로 전학 와서 두 남매가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아 힘들겠다 바로 그 생각만 하고는 정작 중요한 연락처는 교환할 생각도 못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선생님과 자원봉사하는 고학년 형아누나들과 함께 액티비티를 하면서 놀았다. 학부모들은 큰 강당에 모여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문의 이메일에서 보았던 목록을 다시 보았는데, 자세하게 설명을 듣다 보니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설명회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별로 각 부문 교장선생님 설명회를 들으러 뿔뿔이 흩어졌다. 막간을 틈타 아이는 잘 있는지 다시 한번 보러 갔는데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 안심했다. 신나게 화분에 붓칠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손에 손잡고 노는 모습이 아이다웠다. 다시 건물을 이동해서 초등학교 설명회 교실로 향다. 


싱가포르 교장선생님이었고 말씀이 많으셨다. 아까 들었던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교과과정을 자세하게 다뤘다. 아라빅 수업을 매일 50분씩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만족스러웠다. 아라빅 수업 과정이 지난 4년 동안 매해 바뀌어서 이번에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KHDA (Knowledge and Human Development Authority) 두바이 교육 당국이 아라빅 수업을 필수로 넣었나 보다. 방학이면 으레 아라빅 센터에 등록해서 액티비티를 하면서 아라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니, 학교에서 매일 수업하는 것이 좋게 보였다. 이에 대해서 학부모들은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린다. 아라빅 수업을 학교에서 하는 것을 시간낭비이기 때문에 안 했으면 좋겠다는 쪽 아라빅을 학교에서 충실하게 가르쳐주기를 바라는 부류 이렇게 둘이다. 지금까지  국제학교에서 아라빅 수업에 대한 노력과 그 결실을 말하자면 전자 말이 더 맞다. 이 나라에서 정규과정을 거친 수많은 국제학교 학생들은 아라빅으로 일상 회화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실행착오와 경험치가 있으니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재빨리 훑어보았지만 명수가 너무 적다. 일주일 후 별도 일대일 상담시간에 물어보았고 올해는 특히 해외에서 많이 뽑았다고 했다. 신입 학부모 모임 페이스북에 가입을 해보니 포스팅 내용이 죄다 8월에 두바이에 들어온다는 말 뿐이다. 덕분에 십 년 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느라 애좀 먹었다. 십 년의 공백이 그대로 보였고, 예전 친구들과 함께했던 사진을 보니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애들 쫓아다니느라 바쁘고 정신없는 영락없는 엄마 모습이다. 


페이스북 모임에 정성스레 광고 같은 포스팅도 올렸다. 각자 같은 학년 아이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다들 비슷했다. 한 가정은 가족사진을 올려줬는데 그 포스팅을 보니 온라인에서 이런 교제가 바람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공개 모임이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모임 안에서 서로 알고자 하는 노력이 고스란히 보였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되는 과정이 그대로 모두에게 보인다.  지금도 페이스북 포스틸에 답장하고 메신저로 같이 언제 어디서 놀지 글을 남겼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데 마치 내가 신입생이 된 거 같은 이 느낌은 몇 년 차이지만 아직도 늘 낯설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엄마가 아바타처럼 이것저것을 챙기는 게 일과인데 시간이 지나면 많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이러니 엄마는 주중에도 그리고 주말에는 더 바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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