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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주 Sep 09. 2017

원할수록 무력해진다.

    원하면 원할 수록 원하지 않는 척을 한다. 갈망이 강렬할 수록 슬쩍 쳐다보는 일 조차 어려워진다. 네가 나에게 물어봐주길 원하지만, 물어봐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췰 수 으나, 실은 정반대다.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져서 괴로움으로 뚝뚝 끊어져 나갈 때, 나는 오히려 한마디도 할 수가 없다.

    이는 다 내 안에 두려움 때문이다. 원하고 있음을 언뜻 지각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공포는 나를 언제나 주춤거리게 한다. 흥미의 대상은 갈망의 대상으로, 그리고 머지 않아 공포의 대상으로 이름을 바꾼다. 산뜻하게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실패의 역사가 없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그다지 대단하게 원하지는 않는 사람인 걸까.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도망치다가 도망치다가 도저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와서야 주저앉아 읊조린다. 너를 원한다고 인정하기가 그렇게나 어렵다.

    이 더럽고 죽을 것 같은 굴레가 눈앞에 선연히 보이지만, 벗어날 수 없다. 바로 이 때 나는 가장 무력해진다.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대가 역시 나만큼이나 나를 원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내가 두렵지 않을 만큼 넉넉하게 나를 원하는지 나를 알지 못한다. 또 하나 무력한 진실은 무지는 공포를 반드시 가져오지만, 이해하였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결은 행동 안에 있다. 지금 당장 달려가 사랑한다고 말해야한다. 그래. 사실 나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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