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iouiouuu Sep 06. 2020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 추천과 YES24북클럽 후기

말과 글이 재미있어지고 있는 스물넷


요즘 나는 잦은 독서를 하고 있다. 가까이 하고싶지만 멀었던 책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선 시간이 많았고 가까이에 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아이패드+YES24북클럽=최적화된 환경

코로나19+야근없는 직장=혼자만의 저녁이 있는 삶

나를 채워넣을 말과 글이 필요한 시점=말과 글들이 짭짤하게 재미있음


YES24북클럽은 ‘1년 정기이용권’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잘쓰고 있다가 갑자기 이번달 업데이트 되면서 앱이 좀 이상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앱 구동성에 관해서는 ‘거 잘 좀 해주쇼’라는 입장.

가격은 밀리의 서재보다 싸지만, 그만큼 없는 책도 많다.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그냥 있는 책 목록을 보고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편이 낫다.


앱 구동 5점/  가격 10점/  책종류 5점   (총점 20/30)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


강이슬 <안 느끼한 산문집> (웨일북)


제목부터 취향저격이었다. 내가 바라는 책의 종류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장르 중 산문을 가장 좋아하지만, 힐링-위로가 테마인 숱한 에세이들은 피한다.

‘아파도 괜찮아’ ‘너는 그대로 소중해’ ‘행복한 순간을 발견해’ 같은 메세지가 상투적이고 오글거린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에게 어떤 충고나 제언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경험과 감정 느낌을 아주아주 솔직하게 기록했다.

독자를 위해 기록하고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작가가 지나온 숱한 시간동안 혼자 쌓아왔던 일기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그게 좋았다.

무엇보다 작가는 묘사 표현 그리고 기억력에 천재인 것 같다!

특히 어린 시절의 글들은 내가 아이일 적 느낀 감정이나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나오게 한다.

글의 처지는 비참할 때가 많아도 작가의 태도와 생각이 비참할 때는 없었다.

멋진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래서 어딘가에서 잘 살아갈 것 같은 강한 사람이다.

매력적인 사람, 그래서 더 잘 살았으면 좋겠는 사람이다.

경험을 기록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또 이런 책을 내주세요!!

오늘의 이슬이는 자취를 처음 시작할 때 마련한 다 터진 싸구려 이불 위에 누워
트럭에서 파는 한 망에 3,000원짜리 귤을 까먹는 궁핍한 청춘이지만 혹시 모른다.
주름이 좀 자글자글해졌을 때는 내가 차린 아늑한 서점에서 거위 털 이불에 누워
손님들에게 최고급 천혜향을 마음껏 제공하고 있을지.
그날이 진짜 혹시 올까 봐 나는 일단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휴. 다행이다 상상은 무한 리필 공짜라서.




김영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제목은 여행을 떠나서 힐링하자~ 이런 메세지의 여행에세이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인간이 여행을 갈망하고 또 지속하는 이유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시선이라서 좋았다.

자신의 경험과 인문학적 사실이나 저자가 어디선가 들은 것을 적절히 가미하는 능력이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정말 많이 읽고 배우고 생각해도, 주제에 맞게 알맞게 이야기 보따리를 선택하고 꺼내드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하고 듣기 때문이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금세 읽었다.

나는 ‘김영하의 책읽는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약 5-6년 전부터 밤에 자기전에 즐겨 들었던 적이 있다.

언젠가부터 업로드가 멈췄지만 그래도 잠이 안올 땐 꺼내 들었다.

그리고 2년 전쯔음, <알쓸신잡>에 나온다고 했을 땐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즐겨봤다.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에 담긴 단단한 생각들이 좋았다. 어느 정도는 그 목소리와 어투에 체화된 상태였다.

그가 쓴 소설은 끝까지 읽은 적은 없다.

김영하의 목소리를 내적으로 재생하며 읽게 되는데 소설의 화자는 김영하가 아니기 때문에 아쉬웠다.

이 책은 김영하 그 자신이었기 때문에 너무도 그 사람을 경험하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라는 직업이 너무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그러나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던 이 이미지 속에서 지구는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작은 구슬이 그들이 살아서 돌아가야 할 곳이었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남겨져 있는 우주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이슬아<심신단련> (헤엄출판사)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이 책은 그런 이슬아의 매력이 더 두꺼워진 속편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슬아는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수필)로 세계관을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세계관에 이미 발을 들였다.

글을 읽고 있으면 중심과 주변의 것들을 절실하게 인정하게 된다.

친구, 부모, 애인 등 주변의 사람들을 어떤 모양의 애정으로 사랑하는지가 특히 돋보인다.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변인들을 더 잘 사랑하는 것 같다.

희는 여전히 수줍은 사람이지만 훌라를 보여주지 않고는 집에 돌아가지 않을 사람이기도 했다.
그 춤은 말을 곧잘 더듬던 누군가가 갑자기 낯선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때처럼 놀라웠다.
말보다도 훨씬 근사한 거였다. 말 따위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아랫배에 뜨끈한 기운을 품은 사람만이 그렇게 출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슬픔의 모양새, 저마다가 다른.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