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뉴욕 여행기
피자의 역사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세계 각지성격에 맞게 가장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피자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불고기를, 일본에서는 참치를 토핑으로 올리는 것처럼. 유럽에 이탈리아 정통 피자가 있듯, 미국에는 뉴욕 정통 피자가 있다. 이탈리아 정통 피자는 주로 나폴리 피자라고 불리며, 나폴리 피자 장인 협회의 까다로운 규정을 지키는 게 조건이다. 정통성을 중시하는 만큼, 피자 맛의 일관성은 보장되고 그만큼 맛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피자는 나라의 성격만큼이나 토핑이 다양하고, 이를 규정하는 경계선이 불분명하다.
260 W 44th St, New York, NY 10036 USA
미국, 그 중에서도 뉴욕에 가면 유독 어느 레스토랑의 피자를 먹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고민 끝에 이번 여행에서는 타임스퀘어 부근에 있는 'John's' 피제리아에 갔다. 크고 얇은 뉴욕풍 피자를 파는 이곳에서 토핑을 최소화한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었다. 한국에서는 여러 토핑을 올린 피자를 시도하는 걸 좋아하지만, 왠지 모르게 투박한 피자가 먹고 싶었다. 오히려 화덕으로 제대로 구운 도우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또한 John's 피제리아는 교회 건물을 개조한 공간이라는 점이 특별했다. 교회와 피자의 만남, 이런 뜻밖의 조합은 언제나 재밌다.
32 Spring St, New York, NY 10012 USA
2015년 2월, 발렌타인데이 시즌에 아산서원 언니 오빠들과 떠난 뉴욕여행에서는 놀리타에 위치한 'Lombardi's'에 갔다. 1900년대부터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살아온 지역에 위치한 만큼, 이 피제리아의 명성도 매우 높다. 특히 레몬즙을 뿌려서 먹었던 조개살 피자의 맛이 참신했다. 빨간 체크무늬 식탁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본 다큐, <Ugly Delicious>의 첫 화에서는 '진짜 피자란?'이라는 질문에 대해, 뉴욕 브루클린의 루칼리라는 피자 레스토랑에서 세 남자가 열띤 토론을 한다. 루칼리의 사장 Mark Iakono는 뉴욕 정통 피자만을 고집한다. 퓨전, 프랜차이즈를 부정한다. 하지만 셰프 David Chang은 획일적인 것을 정통이라고 부르는 엘리트주의를 싫어한다. 그는 때때로 도미노피자를 즐겨먹는다. 이들은 피자를 두고 정통성과 다양성을 토론하기 시작했지만, 보면 볼수록 음식 자체, 더 나아가 문화와 같은 거시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듯했다.
이 다큐를 떠올리니 또 피자가 먹고 싶다. 뉴욕에 아직도 못 가본 피자 레스토랑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