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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13. 2023

22. 이루지 못한 것의 표출

[서평 22]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최근 만난 친구로부터 책을 추천받았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이미예 작가님의 장편소설로 독창적인 소재로 재미있게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우선 꿈을 판매 하는 콘셉트가 신선하다. 소비자가 본인의 감정으로 꿈 값을 지불하고 꾸고 싶은 꿈을 구매할 수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한 가지 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주인공 이외의 다양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은 아니지만 회사일이 어렵거나 걱정이 있을 때 자주 꾸는 꿈이 있다. 첫 번째로 시험을 보는 꿈이다.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꿈으로,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꿈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는 기분을 끔찍하게 만끽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차를 놓치는 꿈이다. 버스를 놓치기도 하고, 기차를 놓치기도 한다. 시간을 확인하고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신발을 잃어버리는 등 장애 요인이 발생하여 결국 시간 내 플랫폼에 도착하지 못하는 꿈이다. 이 꿈 역시 내가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깨어난다. 이런 꿈들 모두 회사일이 바쁘거나 삶에서 긴장을 많이 할 때 꾸는 꿈으로 나는 이 두 종류의 꿈을 꾸면, 내가 지금 여유가 많이 없고 몸과 마음이 지쳐있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럴 땐 일어나서 “제이야 너 지금 괜찮은 거냐?”하고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한 번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막상 뛰어내려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 뛰어내리지는 못했다. 나는 그 당시 가고 싶은 회사에 최종 면접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꿈이 원하는 직장에 합격하는 꿈이라 했다. 나는 꿈속에서 결국 뛰어내리지는 못했는데 면접 결과도 불합격이었다. 그때 꿈속에서 뛰어내렸으면 결과가 달려졌을지 의문이 든다. 이런 일을 몇 차례 겪고 나서는 꿈을 꾸고 깨면 인터넷에 꿈 해몽을 찾아보고 그 결과를 한동안 맹신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꿈에서 인생의 방향을 알려준다고 한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도 예지몽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미래를 열심히 준비한 사람에게만 판매되는 예지몽은 사고 싶은 사람이 많은 꿈이지만 잘 팔지 않는다. 그중 예비 작가에게 그 꿈이 판매되었는데, 그 꿈을 통해 영감을 받고 작품을 쓰게 되는 이야기였다. 나도 단순히 미래를 알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꿈을 통해 어떤 아이디어를 받고 삶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날씨가 추워져서 인지 몸이 추운 꿈을 꾸었다. 너무 추워서 잠이 깨었는데, 이불을 꽉 잡고 자서인지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고, 더 잘 수 있구나 하며 행복해하며 따뜻하게 다시 잠에 들었다. 외로운 사람은 추위를 더 잘 느낀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기분이 외로울 때 추위를 느꼈다. 그래서 회사에서 여름에 바람막이든, 카디건이든 겉옷을 항상 입고 있었다. 다들 덥다고 난리법석을 피우는데 항상 긴팔을 입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그리고 춥냐고 물어봤다. 근데 나는 그때 진짜 추웠다. 꿈에서든 실제 삶에서든 따뜻한 삶을 살고 싶다. 주위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그저 아이처럼 바라기만 하는 생각이다.


  최근에 회사 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친구에게 이런 상황을 털어놔야겠다고 다짐했다가도 퇴근하면 너무 늦고, 몸도 지쳐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집에 가기 일 수였다. 친구를 만난다고 딱히 이슈가 해결이 되지 않을뿐더러, 너무 늦은 시간이라 친구도 피곤하겠다는 추측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외롭다는 감정이 나의 일부가 된 것처럼 내 안에 있게 되고 그 상황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내가 왜 외로움을 느꼈지?라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이 즐거워서였다. 그런데 친구가 언제나 내 곁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함께 할 때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좀 더 여유가 있어 오히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을 때였고, 그 친구의 이슈를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힘든 이야기만을 하려고 한다면 그때처럼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누구도 그 상황을 대신 해결 해 주지 않는다. 좀 잔인한 일이긴 하지만 외로움과도 친숙하게 지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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