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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28. 2024

34. 옆 사람 볼 수 있는 여유 갖기

[서평 34]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나 겨울)

  바쁜 삶을 살아왔다. 누가 바쁘게 살라고 시킨 적은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취직 후에는 더 좋은 직장, 직위, 삶의 안정성, 생활의 풍요 등을 위해 바빴다. 스스로 바쁘게 살기를 원했고, 누구보다 빨리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사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다 치열하게 살고 있고, 힘들다는 소리는 사치 같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 시간을 쓰는 것, 돈을 쓰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나에게 집중하고,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만 해도 나는 충분히 지쳤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이 어떤 피해를 주지 않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 이따위로 행동하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등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남을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가정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등은 나에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나에게 주워진 과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내고, 남는 시간에 나의 인생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만 하는 사람들보다 잘하기 어려웠다. 시간을 더 갈아 넣어야 했고, 점점 더 체력에 한계가 왔다. 또 시험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힘들어 졌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물리적으로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에서 더 여유가 없어졌고, 짜증이 늘어났다. 이제 남들의 숨소리도 거슬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쌓아 올렸던 나만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고, 혼자 남게 되었다. 나만의 탑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 실체는 무엇인지 나는 알지도 못했다. 이 만큼 쌓아 올리면, 조금 더 높이 쌓아 올려야 했고, 그 단계에 올라가면 나보다 더 높이 쌓은 누군가의 탑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숨이 막혀왔다.     


  혼자 남는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 왔다. 그리고 1년여 동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나의 인생에 진심이었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여유 없음이 누적될 때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나의 삶으로 체험했다.     


  친구 K를 만났다. 이미 30대 중반이 넘어간 나이에도 K는 무슨 자격증을 준비해야 한다며 만나자마자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 낸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에 대해, 자신의 성장에 대해 털어놓는다. 나는 K에게 고생 많았다고, 축하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그런 말 이후에 공허한 기분이 든다. K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앞으로 뛰어나가야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그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K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지나고 보니 나의 인생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인생도 소중한 것이었다라고. 내가 감히 상대방의 인생을 평가할 권한이 있지 않으며, 만약 내가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시각을 보이면 그 사람도 단번에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K는 나에게 이제야 깨달아서 다행이네요. 저도 형같이 이기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도저히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어 그의 성공담을 1시간 여 더 듣고 응원한다는 말을 남긴 채 카페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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