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Jul 03. 2024

38. 그 시기에 꼭 해야 하는 것들

[서평 38] 추월의 방정식(윤석진)


  국가나 회사, 개인에게도 그 시기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에 읽은 책은 ‘추월의 방정식’이라는 책으로 KIST에서 약 25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10여 년간 근무하여 연구개발 경영에도 근무 경력이 있는 KIST 전 원장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R&D 전략에 관해 기술한 책이다. 이 책 역시 꼭 보고 싶어서 찾아 읽기보다는 도서관 신 책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읽게 된 책이다. 책에서는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R&D 전략이 ‘추격’이었다면, 이제는 ‘선도’의 전략을 써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한국의 과학기술의 위상이 성장한 만큼 지금으로서 유일한 또는 알맞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한 개인에게도 인생의 시기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 이런 방법을 써서 성공했다고 하여 그 방법을 무조건 벤치마킹을 한다고 한들 성공할 수 없던 이유는 그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서 일 수 있다. 내가 만약 지금의 인생 경험을 가지고,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을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나는 그 시기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고, 그 시기에 만나야 할 사람과 들어야 할 이야기, 고민들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시기에 피해야 할 것들을 모두 알고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과거의 수 없이 한 멍청한 실수의 집적이고, 수 없는 결과 없는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그 시행착오를 지금 생각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던 많은 방법들이 있겠으나, 어찌 인생이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기만 했을까 싶다.     


  이 책은 읽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생에 결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특정 기술의 기술 수준을 분석하고, 앞으로 유망기술에 대한 R&D 투자가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엔 앞서 나가는 국가에 대한 ‘추격’ 전략이 적합했고, 선도국을 따라잡는 효율적인 투자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것이 답이다. 이것을 이뤄내라. 해서 해결될 문제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거기서 어려움이 시작된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답을 알지 못하고 인생을 시작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존재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가 답이었고, 대학 때는 전문직을 가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남들보다 나은 위치에 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많은 자산을 일찍 축적하는 것이다. 그 답을 지금 비로소 알았다고 한들 나는 그렇게 살아 내지 못할 것이다. 사회는 무한한 경쟁이고 내가 노력한 만큼 다른 사람 노력의 밀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나의 조급함 때문이었다.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 나의 회사 경쟁자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 혼자 외로움 어쩌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더 나아가야 하는데, 남들보다 빨리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일과 관련 있는 책을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나를 이 책을 읽게 했다. 그러나 책은 비교적 쉬운 내용인대도 읽기 어려웠고,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친구 K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만났다. 그는 자신이 어떤 교육을 수료했다는 것과 앞으로 있을 필기시험에 임하는 자신의 태도와 노력을 이야기했다. 자신은 지금 환경을 바꾸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응원한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바뀔 그의 미래를 그려 보았다.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이루었을 때 그는 진정 행복할 것이가? 는 또 다른 문제였다. 나는 나의 심정을 K에게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논문을 다시 쓰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것은 지극히 내가 가진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더 논문 실적을 쌓은 것이 내 인생을 바꿔 줄 거 같지 않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나에게 내 상황을 바꾸는 가장 효율적이고 유일한 길은 그것뿐인 것 같다고 K에게 토로했다. K는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내게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나는 그 길을 찾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에서 벗어났다고 느낄 때 예전의 내가 찾았던 가치들을 다시 찾고 있다. K는 그렇게 하다 또 다시 그런 일을 더 심하게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경고가 결코 허투루 들을 수만은 없는 내 처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37.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