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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취업에 평균 11.6개월’
무심코 들어간 포털 뉴스란에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 제목.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을 잡기까지 2년 이상 걸리는 장수생의 비율도 16%를 넘어선다고 한다.
“졸업을 하고도 장기간 취직을 못하면 오히려 취업에 불리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대학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우고도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후배가 말했다. 취업이 될 때까지 졸업을 연기해서 학생 신분을 유지할 요량이라고. 그렇게 졸업을 연기하기 위해 대학에 지불하는 돈 만으로도 1년에 50만 원 가까이한다며 후배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채용 평가자 입장에서 사실 졸업 유예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평가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지원자가 취업 때문에 졸업을 유예했다는 것을 이력서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고 해서 특별히 취업에서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이미 꽤 많은 조사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장 포털 검색창에 ‘졸업 유예’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불안해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수십 만 원을 들여 졸업 유예를 신청하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나 뉴스가 그들의 불안감을 전혀 달래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불안해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취준생들이 장기 미취업으로 인한 부정적 편견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고, 실제로 면접 장소에서 문제가 된 사례들이 사회적으로 쌓여왔기 때문이다. 취업이 지상과제인 취준생은 조금이라도 불리해질 것 같은 요소는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졸업 유예’라는 무안단물 효과가 보장되지 않은 선택지를 택하는 것이다.
졸업 이후의 공백기간이
지나치게 긴 수준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졸업 이후의 공백기간이 지나치게 긴 수준이 아니라면 취업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백 기간이 길어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그 의견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저 추측 가능한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채용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장기 미취업 자체를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심지어는 3, 4년 이상의 장기 취준생도 동등하게 평가했다. 장기간의 공백이 정말로 문제였다면, 애초에 면접장에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이력서만 봐도 너무도 쉽게 눈에 띄는 부분이 공백 기간 아닌가.
취업과 채용은 ‘쌍방 계약’이다.
지원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취업과 채용은 ‘쌍방 계약’이라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진 현실 탓에 이 말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 지원자가 기업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기업도 지원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민한다.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직원 복지와 신입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용이 쌍방계약이라는 것과 지원자의 공백기간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둘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먼저 공백기간이 긴 지원자를 마주했을 때, 기업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헤쳐보자.
1.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아닐까?
공백기간이 긴 지원자를 보았을 때, 기업은 이 지원자의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기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기업은 공백기간이 긴 지원자가 다른 기업에 채용이 되고도 조건이 맞지 않아 그 회사에 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은 ‘과연 우리 회사가 이 지원자의 조건을 맞출 수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내부적으로 연봉 기준을 가지고 있다. 고과에 따라 이 기준에서 플러스가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지만, 그 수준이 직급 차이를 넘어가는 일은 잘 없다. 마찬가지로 신입사원이 기존 직원들의 연봉 수준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이런 사실이 기존 직원들에게 알려질 경우, 직원들의 사기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과 복리후생은 그 한계가 뚜렷하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회사들이 신입사원의 연봉을 모두 통일해서 제시한다. 조직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2. 일시적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일까?
사람이 살다 보면 운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능력이 출중함에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생기게 된다. 혹은 지원자가 다른 무엇인가를 준비하다가, 아니면 한 기업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준비하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공백 기간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백 기간이 긴 지원자들은 이에 해당하곤 한다.
면접관은 이처럼 몇 가지 가설을 세워놓고 면접에서 당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그동안 왜 취업을 안 하셨나요?
“A지원자는 졸업한 지 1년이 조금 넘었군요. 그동안 왜 취업을 안 하셨나요?”
대부분의 지원자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우물쭈물 거리기 십상이다. 맞다. 면접관이 질문을 센스 있게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4, 50대 돌직구 스타일에 익숙한 면접관들에게 화살을 돌린들 바뀌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여, 이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만약 질문이 “그동안 왜 취업을 안 하셨나요?”가 아니라, “공백 기간 동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라고 바꾼다면 어떨까? 면접관이 진정 궁금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따지려고 드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한 것이다. 취업이 되었는데도 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잘 풀리지 않아 공백 기간이 길어진 것이라면 이 시간을 어떤 일을 하면서 보냈는지가 알고 싶은 것이다.
취업은 누구에게나 큰 변환점이 된다. 첫 직장을 잡음으로써 진정한 성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누구나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면접관은 이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위기관리 능력도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왜 취업을 안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특별히 공격당했다는 인상을 가질 필요도,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놀리는 거냐며 발끈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공백 기간 자체가 아닌,
공백 기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난다.
진짜 문제는 공백 기간 그 자체가 아닌, ‘공백 기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난다. 질문의 요지는 명확하다. 그리고 의도 또한 파악했다. 그렇다면 그다음 스텝은 더욱 명료하다. 리스크 헷지. 평가자가 걱정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만약 조건이 정말 까다로운 지원자라면 솔직하게 자신의 스탠스를 이야기하자. 어차피 붙더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을 테니, 처음부터 명확하게 자신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지원자의 자신감에 매료되어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다른 일을 준비하다가 진로를 선회했다거나, 혹은 단순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능력 없는 지원자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라거나, ‘해외연수나 인턴처럼 그럴싸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닌데, 게으르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둥,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취업 준비를 하면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바가 무엇인지, 혹은 그 시간을 통해 당신이 면접관에게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살리면 된다. 그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은 면접관의 몫이며,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것도 전적으로 평가자의 몫이다. 그리고 많은 평가자는 거창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보다, 삶이 녹아들고 경험과 배움이 숨 쉬는 당신의 이야기를 더욱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자신이 보낸 시간에 대해 자신감을 갖자.
자신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자신감을 갖자. 공백기간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미 당신은 서류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초라해 보일까 걱정되는가? 20대 중반, 30대 초반에 거창할 것이 대체 뭐가 있을까. 경험의 종류는 모두 비슷하다. 평가자는 새로운 종류의 경험이 아닌, 같은 경험 속에서도 깊이 있는 무언가를 인생에서 발굴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더욱 높게 평가한다. 당신이 보낸 진흙 같은 시간 속에서, 부디 진주를 발견해내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자신 있게 목소리 높여 이야기할 수 있기를.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90652
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2318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