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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의 조기 퇴사가 심각하다는 뉴스가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들려온다. 대체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런 소식이 끊이질 않는 걸까?
2017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첫 회사 근속 기간이 평균 15개월로 나타났다. 어렵게 첫 회사에 들어간 신입사원의 절반이, 15개월 후에는 그 회사를 떠난다는 말이다.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 정도(통계청 결과 11.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경력 1년 정도로는 경력직으로 지원하기도 어렵다. 결국 퇴사한 신입사원은 다른 회사에 다시 신입으로 지원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말 힘겹게 들어갔을 회사를 단 1년 만에 퇴사하다니,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같은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이 보수와 근로시간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나타났으며, 전망이 없어서 퇴사했다는 비율도 7%를 넘겼다. 결국 60%에 가까운 퇴사자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첫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 된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60%에 가까운 퇴사자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퇴직을 결심한다.
첫 직장을 잡기 위해 지원할 회사를 알아보던 때의 나를 떠올려보니 어렵지 않게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처음 구직을 하던 당시, 나는 회사에 대한 ‘환상’을 쫓고 있었다. 연봉이 높은 회사,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마인드를 내세운 회사. 수면실, 게임룸, 안마의자, 카페라운지와 헬스장처럼 화려한 복리후생과 시설을 갖추고, 유연근무제처럼 업무가 자유로운 회사. TV에 나오는 기업 PR 광고와 홈페이지에 드러난 아름다운 인재상과 경영철학의 환상에 젖어, ‘이런 회사에서 일하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마음을 가졌더랬다. 그리고 현실을 피부로 느껴본 경험자로서, 그때의 나는 참 순수하고 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은 겉보기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환상을 버려야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
힘겹게 들어간 첫 직장을 잘 다니기 위해서 반드시 지원자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사업을 위해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해야만 한다. 하지만 포장지 속에서의 삶은 광고처럼 아름답지 못하다. 인사 담당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수면실이 갖춰져 있고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회사에는 결코 가서는 안된다”라고 말하곤 한다. 수면실과 저녁식사가 제공되는 회사는 직원이 집에 가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직원 복지는 필요에 의해서 제공된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푹 쉬고 출근할 수 있는 그런 회사 직원이 수면실과 저녁식사를 필요로 할까?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복리후생은 직원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겉보기에 멋진 기업 이미지에 넘어가 입사하는 것은 "산타는 있어요!"라고 말하며 산타를 찾아 북극으로 떠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환상을 버리지 않으면, 냉혹한 직장인의 현실에 처절하게 좌절하고 실망하게 될 것이며, 이는 조기 퇴사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다른 환상을 쫓아 다른 기업에 입사하고, 이런 실망스러운 경험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될 것이다.
진짜 정보를 찾아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원자는 회사가 보여주는 좋은 이미지 속의 진짜 현실이 담긴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기업마다 업무 환경과 근로조건이 다르고, 같은 기업 내에서도 부서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갖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고르기 위해서는 이런 기업의 속살을 최대한 알고 지원하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파헤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진짜 정보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기에 몇 가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발로 뛰자!
1. 기업을 직접 찾아가 관찰해보자.
기업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내가 썼던 가장 무식하면서도 유용했던 방법이 바로 ‘직접 발로 뛰는 것’이었다. 아침 출근 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하루 동안 내가 가고 싶은 회사 앞으로 찾아가 직원들의 출퇴근 모습과 점심식사 시간의 근처 식당 풍경, 그리고 커피숍 등에서 그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출근 시간대와 퇴근 시간대에 그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발걸음, 서로 인사하는 모습과 식당에서 식사하는 분위기 등,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삶의 풍경에서 기업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당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모습과 늦게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의 모습, 그리고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직원들의 발걸음을 보면 그 기업의 업무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그 해, 나는 그 기업에 입사했고, 하루를 투자해 들여다보았던 기업의 업무 문화와 실제로 근무하며 느꼈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기억이 남는다. 하루를 투자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 분명 남는 장사가 아닐까.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2. 인맥을 활용하자.
만약 선배나 지인이 지원하려는 회사에 재직하고 있거나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인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의 내부 문화는 그 안에서 경험해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아무리 다른 루트를 통해 파악한다고 해도 실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확실한 정보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인맥도 천운이 따라줘야 얻을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있다. 천운이 없다면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회사의 직원들도 웹의 어딘가에서 분명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찾아내면 된다!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 페이스북 페이지와 같은 곳에서 업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개발자라면, 웹에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검색해보자. 데브피아를 비롯하여 수많은 커뮤니티가 눈에 띌 것이다. 이 곳에 가입하여 자유게시판 같은 곳에 글을 올려보자. “00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데, 혹시 이 회사에서 개발업무를 하고 있는 분이 있나요?”와 같은 제목으로 궁금한 점을 적어보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당신은 가고 싶은 기업에 근무하는 현직 직원이나 전직 직원의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운이 좋지 않다면? 그냥 글을 지우면 된다. 당신이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
3. 채용담당자를 괴롭혀라.
기업의 인사팀에는 채용담당자가 있다. 그들의 업무 중 하나는 채용과 관련된 질의에 답을 하는 것이다.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기업명으로 검색해보면 과거 진행되었던 채용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그곳에는 반드시 채용담당자가 관리하는 이메일 주소나 연락처가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채용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답이 온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
하지만 채용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문의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질문을 잘 선정해야 한다. “신입사원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나 “복리후생이 어떤 것이 있나요?”와 같은 질문은 피하자. 대개의 경우 연봉은 대외비에 속하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연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락한 상황에서 ‘조건’밖에 물어볼 것이 없는 지원자라는 인식은 향후 채용이 진행될 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봉이나 복리후생은 다른 채널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고, 나중에 최종 합격이 결정된 후 확인해봐도 늦지 않다. 그보다는 좀 더 기업의 문화나 업무에 관련된 질문에 집중하자. 채용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할 텐데, 그런 노력을 들였다면 좀 더 얻기 어려운 정보를 얻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채용담당자에게 연락을 할 때는 공채 기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공채 기간에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잡다한 질문을 던진다. “제 지원서가 잘 접수됐나요?”, “합격자 발표는 언제 나오나요?”. “불합격자에게도 연락을 주나요?”와 같은 수백 개의 문의 메일에 채용 담당자는 지칠 대로 지치게 된다. 그런 시기에는 정성을 들여 질문에 답을 해주기가 어렵다.
공채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 채용담당자는 당신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테고, 더불어 당신이 ‘정말로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지원자’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운이 좋다면 당신이 공채에 지원했을 때, 채용담당자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이렇게 문의를 준 적이 있는 지원자는 공채가 시작될 때 따로 지원을 독려하는 메일을 보냈고, 면접에서도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적어도 이 지원자는 찔러보기 식으로 들어오려 하는 다수의 지원자와 차별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4. 인터넷을 활용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거의 다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랫동안 연봉정보나 회사 내부 정보를 알아내기란 정말 어려웠다. 201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사비를 들여 연봉정보 사이트에서 정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연봉정보는 물론이고 기업별 직원 퇴직률과 현직자, 퇴직자의 기업에 대한 평가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잡코리아], [사람인], [크레딧잡]과 [잡플래닛]을 들 수 있다.
[사람인]과 [잡코리아]에는 기업별 연봉정보, 그리고 인사담당자가 직접 기재한 기업의 복리후생 제도와 인터뷰가 총망라되어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정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채용포털 사이트는 기업 홈페이지와 함께 취준생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취업포털사이트에 나오는 연봉정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사담당자가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몇 년 전 데이터를 현재 데이터로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인사담당자의 인터뷰도 많은 부분 예쁘게 포장되어 있으며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은 전혀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그렇기에 지원자는 보조자료가 될 정보가 필요하다. 바로 [크레딧잡]과 [잡플래닛]이 등장할 차례다.
[크레딧잡]에는 기업별 연봉정보가 나온다. 금감원이나 국민연금 데이터를 토대로 나오는 연봉정보이기에 신뢰도가 높다. 또한 월별 퇴사자가 몇 명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퇴사자의 비율, 그리고 [잡플래닛]에 있는 기업별 재직자, 퇴직자의 기업 평가를 함께 확인한다면 기업의 속사정을 꽤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정보 자체가 아닌, 정보를 보는 눈이 중요하다.
정보는 많다. 정말 구하고자 한다면, 영업비밀이나 대외비가 아닌 이상 얻지 못할 정보는 없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닌 정보를 보는 눈이다. 어떤 정보라도 타인을 통해 들어오는 것에는 진실되지 못한 것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이 1단계라면, 그 정보들을 조합하고 교차 확인하여 진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당신은 진짜 기업의 포장지를 풀고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이후는 간단하다. 지원할 것이냐, 지원하지 않을 것이냐.
부디 기업의 환상을 깨고 진짜 정보를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조기 퇴사라는 뼈아픈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 있기를.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쌓아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를.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90652
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2318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