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영화 델타보이즈 ㅡ약간 스포 있음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
지랄을 유발하는 인간의 조건을 꾹꾺 누르고 유보한다면
언젠가 터지고 만다는 법칙이다.
터지는 양상은 다양하다.
중독으로 왜곡 되기도 하고
폭력으로 투사 되거나 혹은 주사처럼 퇴행을 겪기도 한다.
이번 다시 보게 된 ‘델타 보이즈’는 대용(신민재)의 퇴행 현상에 관심이 갔다.
대용의 퇴행은 흔히 ‘민폐’로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씨네 21 김보연 객원 기자는 ‘민폐 끼치고 다니는 철없는 어른들의 행동이 살짝 부담스럽다’고 20자평에서 고백한다.
민폐? 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작년 ‘델타 보이즈’에 열광했던 게 오독이였나? 해서
민폐의 주인공 대용을 더 꼼꼼하게 들여다 봤다.
작년 처음 대용이를 만났을 때 영화 중반까지는 무척 찌질해 보였다.(사실 찌질하다는 표현을 싫어한다. 지나친 비하 같아서 하지만 여기서는 영화 속 대용이를 보는 이들의 시선으로 표현하면 적합해 보여서 사용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대용이의 찌질함을 유발하게 했던 마음의 배경이 보이자 설득을 당했다. 존재감 없던 대용이 어린 시절 ‘가수’라는 꿈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꿈에도 등급이 있었다. 그 당시는 ‘대통령’ ‘과학자’ 혹은 ‘검사’가 청소년들의 꿈 목록 영순위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우등생들이 이런 꿈들을 장악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감히 존재감 없는 대용은 ‘가수의 꿈’을 고백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고 혹여 고백했다면 비웃음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소심하게 깔짝거리다가 늦은 나이에도 선수로 뛰고 있는 김병지를 TV로 확인하고 뻔뻔해지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대용이 김병지의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는 까닭이다) 40을 문턱에 두고 있는 39 이었다.
대용은 ‘가수’의 꿈을 위해 한번 쯤 제대로 지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성실하게 일하는 준세(김충길)를 꼬드긴다.
이게 민폐라면 민폐일 게다.
그러면 오히려 지랄을 못해서 자기를 공격하는 일목(백승환)이 민폐를 안 끼치는 바람직한 친구일까?
‘델타 보이즈’는 대용이만 도전하는 꿈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퇴행과 왜곡으로 위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의 도전기다.
존재의 핵심에서 빗겨 나갔던 이들에 대한 찬가다.
비록 무대에서 매번 미끄러지지만 한번쯤은 속 시원하게 투신하고 싶었던 이들의 소망을 보여주는 영화다,
타인의 시선과 압박 때문에 눈치 보면서 주체로 살지 못했던 이들의 한풀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꿈의 서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한번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조연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보라!! 꿈이 서사가 대부분인 디즈니 영화 속 꿈을 이루는 캐릭터가 될만한 요소를 눈곱만큼이라도 갖추고 있는지---)
그래서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이들의 몸부림은 나를 울게 만들었다.
그 눈물은 한번도 꿈의 주체로 살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였다.
그래서 나는 씨네 21 객원기자 김보연 기자의 ‘민폐’라는 표현이 더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