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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TBBB Dec 15. 2023

네덜란드에서 결혼하기.

외국에서는 어떤 순서로 결혼을 준비할까?

1. 짝을 만난다.


2. 프러포즈를 받거나 하고 yes로 답을 하거나 답을 받는다.(반지는 프러포즈 하는 쪽에서 산다.)


3. 대략적인 결혼 날짜에 대해 상의한다.


4. 결혼식 장소를 알아본다.

나는 wedding venue를 구글과 구글맵에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 위주로 보기 시작했다.

(구) 남자친구(현남 편)는 본인의 고향 근처에서 하길 원했고, 나는 암스테르담 근처에서 결혼식 하기를 원해서 각자 찾아보고 나오는 결과를 나중에 상의해 보자고 했었다.

그렇게 맘에 드는 곳들을 추려서 언제 언제 결혼식을 생각하고 있고, 몇 명의 게스트를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할까?라는 이메일을 돌리고, 그러면 결혼식장 측에서 되는데 일단 와서 얘기해 볼까?라던가, 아니면 안 됨.이라고 연락이 올 것임.


암스테르담 근처의 예식장에서 빠르게 답장이 와서 그곳을 먼저 방문했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서 나는 여기가 아니면 안 되겠다고 해버렸고, 남편도 본인이 컨택하던 고향 근처의 베뉴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지쳤던 건지 그러자!라고 해서 빠르게 결정이 되었다.

우리가 다른 장소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가격적인 면에서 비교는 안되지만 일단 좋았던 게,

-실내/실외 장소가 다 마련되어 있어서 혹시나 비가 오면 실내로 장소를 옮겨서 할 수 있다는 점.

-예식장에서 알아서 케이터링까지 매니지를 해서 우리가 따로 알아볼 필요가 없다는 점.

-오피셜 페이퍼에 사인까지 가능한 점 : 다른 유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결혼식을 하고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네덜란드는 시청 주관으로 하는 세레모니에서 증인을 대동하고 결혼 서류에 사인을 해야 하는 게 필수다. 그래서 더치들에게 몇 가지 옵션이 있는데

(1) 시청에 약속을 잡고 소수 가족과 증인을 대동해서 그날 결혼 서류에 싸인을 하는 서명을 한다.(월요일 아침 첫 타임만 무료인 거로 알고 있고 나머지는 돈을 내야 함.) -> 다른 날 가족 친지 친구들을 불러 결혼식과 결혼식 파티를 한다. (이 경우 결혼식을 하는 장소가 저녁 파티가 안돼-주변 거주민들에게 끼치는 소음 등의 문제로- 파티 장소를 따로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미 결혼식 전 시청에서 오피셜 페이퍼에 서명을 했지만 보통 결혼식에서 다시 한번 더 퍼포먼스처럼 사인을 다시 한다?)

(2) 시청 주례를 결혼식장에 초대해 하루에 정식 페이퍼에 사인하고 파티도 하고 모든 걸 끝낸다.

(3) 시청에서 결혼할 때 친구들까지 초대해 작게 결혼식을 하고-> 같이 밥 먹고 끝낸다.


이 정도? 

우리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시고, 휴가를 길게 낼 수 없으셨고, 여러 날에 걸쳐 하는 번잡함도 원하지 않아서 2번의 방식으로 결혼하기를 희망했고, 우리가 정한 결혼 장소에서는 시청 주관 주례분을 초대해서 결혼식을 한큐에 해결 가능했고, (물론 가격은 시청에서 하는 것보다 비쌌다) 저녁에 파티까지 가능했다.

 

5. 시청 주례 예약.

결혼합니다! 하고 짠, 주례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남편이 아는 사람들 중 우리가 정한 결혼식장에서 결혼 한 사람이 두 명이 있어 그들에게 추천받은 두 명의 주례가 그날 스케줄이 가능한지 확인했지만 이미 풀북이었다. 그래서 그날 가능한 사람들 중 하나를 골라 예약을 했다.


6. 서류 증명

남편은 네덜란드 사람이었기에 따로 증명할 서류는 없었던 거로 기억하고, 나는 시청에 예약을 미리하고 한국에서 기본 증명서를 때서 가져가야 했던 거로 기억한다.( 벌써 가물가물) 꼭 일찍 일찍 예약하시길. 암스테르담 시청 기준으로 대기 기간이 3개월이었다. 조금만 더 늦게 예약했으면 시청 약속이 결혼식 뒤로 잡혀서 결혼 못 할 뻔...


7. 청첩장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많았기에 결혼 5-6개월 전쯤 청첩장을 보냈다. 다른 외국 청첩장들 보면 RSVP에 뭐 바리바리 많이 싸서 보내던데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결혼식 웹사이트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내 RSVP와 diet에 대한 설문을 웹사이트 내에서 해주기를 요청했고-> 그 이후 추려진 친구들에게 청첩장과, 결혼 선물에 대한 작은 레터도 같이 보냈다. 

외국 친구들 보면 결혼식 웹사이트에 원하는 결혼 선물 리스트가 쭉 적혀있기도 하던데, 우리는 그냥 '너의 참석이 이미 큰 선물이지만 정 선물을 하고 싶다면 우리의 허니문에 조금 보탬을 주면 좋겠다'라고 적은 작은 엽서를 만들었다.


유럽은 한국과 같이 아주 저렴한 청첩장 업체는 잘 없는 것 같다. Etsy에서 wedding invitation digital download로 검색하면 저렴한 게 좀 나오지만, 프린트와 엽서 구매 등을 알아서 해야 한다. 프린트가 또 싸지가 않고... 너무 싼데 가면 진짜 너무 구리기에... 프린트 집 고르는 시행착오의 시간도 꽤 들어갈 수도 있음. 

좀 예쁘게 하고 싶고, 그들이 다 해주기를 원하면 가격이 대단히 비싸진다. 내가 알아봤을 때 15,000유로부터 시작한다는 업체도 있었고... 암튼... 나는 처음부터 하고자 하는 디자인이 확고했기에 내가 만들었다. 


8. 호텔

이건 선택적이긴 하지만 앞에 이미 적었듯 우린 해외에서 오는 손님들이 많았고, 멀던 가깝던 결혼식에 와주는 그들에게 비행깃값을 보태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결혼식 당일 1박은 해주고 싶어서 호텔을 미리 예약했다. 혹시 며칠 이전에 오거나 결혼식 이후에 조금 더 머물 친구들은 호텔에 미리 이야기를 해 방 바꾸지 않고 그대로 머물 수 있게 어레인지를 했다.


9. 버스/택시

이것도 선택적이긴 하지만 남편의 강력한 어필로 진행하게 되었다. 결혼식장이 암스가 아닌 암스 근교였고, 대중교통으로 가기에 살짝 애매했던 터라 결혼식 전에는 큰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을 픽업했고(자리가 좀 남아 암스 거주하는 사람도 몇몇 같이 탐), 결혼식 이후에는 택시를 식장에서 호텔 또는 암스에 사는 친구들 집까지 가는 거로 어레인지 했다.


10. 세리머니 마스터

네덜란드엔 세리머니 마스터라고 결혼식 진행 전반을 도와주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 있는데, 보통은 가장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것 같다. 남편 친구가 이 역할을 맡아 주었다.


11. 드레스, 양복

나는 드레스에는 큰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완강했기에 Etsy라고 하는 플랫폼에서 드레스 두벌과(하나는 본 식용, 하나는 파티용) 본식 용 웨딩 베일을 주문했다. 대신 웨딩슈즈는 마르지엘라 타비 메리제인 힐을 삼. (두 드레스 합한 거보다 비싼 내 웨딩슈즈 ^^ 결혼식 이후에 자주 신어야지 했는데 아직 한 번도 못 신었네.)


남편은 작년에 한국에 같이 갔을 때 엄마가 맞춰준 양복이 있어서 suit supply라는 네덜란드 수트 체인점에서 셔츠x2, 타이, 슈즈, 커프링, 행커치프, 양말 이렇게 샀다. 그리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양복 하나를 파티 때 갈아입었다.

다른 수트샵도 알아봤는데 수트서플라이 정말 강력 추천. 한큐에 모든 것이 가능. 프랙티컬한 네덜란드 성향과 아주 잘 맞는 샵이었다.


12. 웨딩 링

남편이 프로포즈링을 산 쥬얼리 샵에서 웨딩링도 장만했다. 


13. 포토그래퍼

나는 구글에서 wedding photographer로 검색해 봤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사를 찾지 못했고, 인스타그램에서 troufotograaf, bruidsfotograaf 이 두 키워드를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작가를 찾았다.


아 그리고 사진 몇 시간 요청할지, 비디오도 할 건지 등등을 잘 생각해서 포토그래퍼를 구해야 한다. 나는 포토그래퍼 한 명, 6시간 이렇게만 요청을 했었다.


14. 웨딩 DJ

남편의 친구 친구에게 추천받은 웨딩 디제이 회사를 통해 예약했다. 


15. 신랑, 신부 입장 퇴장 음악.

나는 진부한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아서 고르다 고르다 쨰즈로. usb에 담아서 식장에 넘겨줘야 했다.


16. 결혼식 당일용 프린트물

이거도 여러 옵션이 있는데 꼭 해야 하는 건 디너 테이블에 자리마다 올려둘 이름표와 메뉴 카드. 

이거도 나는 내가 만들었다.


17. 꽃

아, 꽃도 참 비싸더이다. 여기저기 플로어리스트들을 알아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던 곳은 인건비 빼고 꽃 가격이 4000유로부터라고...^^ 가격이 나쁘지 않았던 곳은 너무 뭐랄까... 갈대 같은 거 꼽아놓은 보헤미안 인스타그램 바이브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집 근처에 단골 꽃집에서 했다. 

식장이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라 그렇게 많이 꽃을 두지는 않았고, 예식 하는 곳 부근에 큰 화병 5개를 사서 꽃을 넣었고, 내 부케 하나, 남편 부토니에 하나, 디너 테이블에 올라갈 작은 꽃들 이렇게 했다. 깜빡하고 부모님들 건 준비를 안 했는데 뭐 문제없었다.


다른 꽃들은 괜찮았는데 부케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던 ^^ 대충 이런 느낌으로 해주세요~ 하고 이미지만 넘겼는데 그게 실수였던 듯. 암튼 뭐 어쩌겠어, 결과적으로 사진 보니 딱히 티도 안 나더이다. 


18. 헤어 메이크업 

나는 처음부터 내가 할 생각이어서 알아보지도 않았다.

헤어는 유투브 튜토리얼을 보고 했고, 화장은 평소 하는 화장에서 속눈썹만 붙였다. 여기 파는 속눈썹들은 너무 과한 것들밖에 못 봐서 알리 익스프레스로 주문. 아, 맥 아이 프라이머와 메이크업 픽서를 새로 사봤는데 맥 아이 프라이머는 진짜 강추 강추! 저녁 먹고 옷 갈아입을 때 기름종이로 기름 한 번만 닦아냈고 화장은 정말 온종일 얼굴에 잘 붙어있었다.

매니큐어 페디큐어도 뭐 티가 나긴 할까 싶어서 스킵.


19. 증인

보통 각각 1-2명의 증인을 세운다. 결혼 등록(?) 할 때 증인들의 이름도 적어야 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에 결혼 서류에 증인들도 서명을 한다.


20. 결혼등록?

정확히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결혼식 전 정부 웹사이트 어딘가에 들어가서 digid로 로그인한 후, 신랑 신부의 상세 디테일을 적고(이 결혼이 처음인지 아닌지, 친족 간의 결혼인지 아닌지 등등 ㅋㅋ), last name 은 어떻게 할 건지도 적고, 증인들의 디테일도 적었던 것 같다. 굉장히 본격적이어서, 이걸 하고 나니 이미 결혼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21. 스피치.

길고 긴 유럽 결혼식, 중간중간 스피치가 간간이 들어가는데 스피치 할 사람들에게 미리미리 부탁해야 한다. 우리 결혼식에서는 남편 증인1, 내 증인1, 시아버지, 남편 베프1 이렇게 네 명이서 스피치를 해줬다. 친구들에게 부탁해 영어->한글 번역한 종이도 준비했다.


22. 디너 테이블 좌석 배치

아주 중요한 부분. 우리는 커플들이 좌우로 나란히 앉을 수 있게 배치했는데 정말 잘 한 선택이었던 듯. 8월에 다른 친구네 결혼식에 갔었는데 거긴 커플들을 마주 보게 배치해뒀었는데 아주 별로였다. 


23. 퍼스트 댄스.

결혼식 저녁 후 파티 때 신랑 신부가 같이 춤을 추는 걸 퍼스트 댄스라고 하는데, 우리는 스킵! 이거 때문에 몇 주~몇 달간 댄스 수업도 듣고 한다고...


24. 허니문.

우리는 결혼 직후에 양가 부모님들과 짧게 여행을 했고 허니문은 올해 말에 호주로 간다. 우리야 부모님들 때문에 허니문을 좀 미룬 것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신행은 식후 바로 가는 게 좋은 듯.


25. 게스트 북

우리나라도 축의금 내고 이름 쓰는 책자? 가 있듯(요즘도 하나...?) 여기도 보통 작은 책자를 하나 두고 방명록처럼 쓴다. 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비치해 두고 '두 장 찍어서 하나는 너 가지고 하나는 책에 붙여줘'라고 메시지를 남겨놨다. 결혼 끝나고 친구들의 메시지와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해서 강력 추천. 편지도 꽤 많이 받았는데, 식후에 친구가 남긴 방명록 옆에 그 친구가 써준 편지를 부쳐뒀다.


26. 필름 카메라.

필름 카메라를 6개를 준비해서 게스트들에게 사진도 부탁했는데, 이건 좋으면서 아쉬운 느낌. 사진이 다양하게 찍히지 않을 걸 염려해 각 카메라에 '신랑 위주', '신부 위주', '신부 친구 위주' 이런 식으로 미션을 붙여놨는데 결과물은 역시나 다양하지 않은 느낌? ㅎㅎ 


27. 구글 포토

게스트들이 찍은 사진들을 쉐어받기위해 구글 포토에 앨범을 만들어 모두에게 찍은 사진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진 올려준 사람들이 많이 없었던? 


28. 결혼식 후 한국 대사관에 혼인신고하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는 결혼식 후 한 달 알에 혼인신고를 하라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다른 국제커플들의 블로그에서는 세 달 안에만 혼인신고를 하면 된다는 글도 봤지만 나는 한 달 안에 했다.

오피셜 결혼 서류가 넘어간 시청에서 결혼 증명서를 발급받아(유료) 한글로 번역해 보내야 했고,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 성을 주는 거에 대한 협의서도 있었다.(한국 여권에) 대사관에 올라와 있는 서류가 어떤 부분은 좀 애매하긴 하지만 여차저차 잘 해서 등록 완료.



우린 정말 많은 것들을 예식장에서 해결이 가능해서 수월하게 진행했던 것 같다. 나나 남편도 서로 맡고자 하는 부분이 확실해서 그거도 편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굉장히 chill 해서 남편이 groomzilla가 되었던. ㅎㅎ 

두 번은 절대 못하겠지만 한번 한 것에 대해 너무 만족하는 결혼식이었다. 정말 퍼펙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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