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한국인처럼 나는 수영을 못 한다. 한국에 살 때는 수영복 입기에 이 몸뚱이가 부끄러워 바다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고, 네덜란드에 이주해 여기저기 여름나라에 놀러 다니면서도 해변에서 노릇노릇 몸을 굽는 것에 행복했기에 수영을 배우는 것에 대해 큰 의지가 없었다. 그래도 간간이 친구들이 수영을 가르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 실패. 그러다 물개 남편을 만나고, 이 친구가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걸 보니 갑자기 열망이 타올랐다. 작년 여름에 칼라브리아에 갔을 때 그 열망이 폭발하는 시기였는데, 에어비앤비에 있는 수영장에서 어찌어찌 얼굴 내놓지 않고 수영하기에 성공해서 아 네덜란드 가면 수영장을 다녀봐야지 하고 결심했다.
1/ adult swimming class in '본인이 사는 지역'
을 구글맵에 검색하면 생각보다 많은 곳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가격, 리뷰, 거리를 고민해 보다 결국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2/언어
네덜란드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땅을 만들어서 지은 지역이 많다보니 어려서부터 수영은 꼭 필수로 배운다. 그래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기에 언어는 영어를 쓰는 것 같다.
3/가격
생각보다 이게 가장 큰 부담이었다. 한 클래스에 보통 30유로 정도. 처음엔 아니, 수영 배우려면 그래도 주 3일은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럼 너무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클래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래서 한 달 수강비는 보통 120유로. 그래도 역시나 이미 나가고 있는 고정 지출에 또 다른 고정 지출이 들어가는 거라 살짝 부담이었다.
4/무슨 수영복을 입어야 하나?
대부분은 그냥 원피스 수영복을 입는다. 굳이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온 스포츠 수영복을 입을 필요는 없고, 대충 집에 있는 수영복 입으면 된다. 비키니 입은 사람은 지금까지 딱 한 명 봤다.
대부분 수영모는 쓰지 않고, 물안경도 가진 사람 안 가진 사람 반반 정도?
5/수업
수업은 여러 레벨이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비기닝 코스를 2-3 회 듣고 다음 클래스로 올라갔다. 다른 나라에서 수업을 안 들어봐서 비교는 불가하지만, 여기 스타일은 어미 새가 절벽에 있는 둥지에서 새끼 새를 절벽으로 미는 느낌? ^^
예를 들어서, 첫 비기닝 수업 갔을 때 했던 것.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발을 움직이지 말고 앞으로 갈 수 있는 만큼 가봐라. (뜰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려 했던 듯)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발만 움직여서 수영을 해봐라
배영 해봐라
물에 가라앉는 링을 던지고 수영해서 들어가서 건져와라
특히 4번은 남편이 듣고 엄청 놀랐었다. 첫 수업에 저걸 했다고!? 하면서.
물론 중간중간 설명은 있었지만 일단 한 번 시켜보고 그 이후에 설명을 해줬던 것 같다.
두 번째 레벨은 좀 더 당황했는데, 정말 너무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줘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혼자 수영 연습하는 기분이면 굳이 여기 돈 내고 클래스 안 들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기분. 수업 3회차 정도부터는 다른 학생들에게 클레임이 들어왔던 건지, 아니면 이 선생님의 마케팅 전략인지 조금씩 설명을 해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뭔가 확실히 실력이 좋아진다?!
6/ 등록 취소
한 달 노티스가 필요하다. 나는 호주 가는 거에 맞춰서 취소를 해서 다음 주가 마지막 수업. 처음부터도 수영을 마스터하려 등록한 건 아니었고, 대충 감을 잡고 싶었던 거였기에 나는 얼추 만족. 만약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면 다시 좀 더 해볼까 싶기도 하다.
7/ 기타
내가 다니던 수영 수업은 체인이 꽤 컸는데, 커스터머 서비스 쪽 직원들 때문에 평점 2점 주고 싶은. 한번은 토요일 아침 8시에 전화도 오고, 메일 응대도 뭔가........... 뭐 암튼 자잘하게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8/ 부대시설
좀 열악한 느낌?
내가 다니는 곳은 개인 라커를 받을 수 없어서 수영장에 옷과 짐들을 넣은 가방을 들고 들어간다.
겨울이라 수영장에서 나와서 ->샤워->라커까지의 이동이 굉장히 춥다.
헤어드라이기가 없어서 사람들이 손 말리는 기계로 머리카락 말리는 걸 봄. 나는 수건으로 대충 닦고 모자 쓰고 후딱 집에 간다.
9/ 결론
꼭 한국에서 수영 배우고 오시길. ^^
한국 수영교실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여기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강한 확신이 든다.(시설, 친절도, 가르치는 방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