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개를 기를 순 없습니다.
오래전, 초등학교 하교하는 길에 애견샵 앞에 서서 한참을 강아지를 보고 서 있기도 했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강아지 사러 가자고 조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2000년도 중반까지만 해도 길에서 심심치 않게 애견샵을 볼 수 있었고 큰 대형 마트에서도 새나 토끼 등 애완동물을 살 수 있는 코너가 있기도 했었다. 그리고 애견샵에 대한 실체가 점점 매체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달되면서부터 브리더라는 개념이 조금 더 사람들에게 자리 잡혀가기 시작했던 것 같고 그 이후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이 점차 유명해지면서 쉘터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강아지를 사거나 입양하기 쉬웠던 한국과는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강아지를 입양하기가 쉽지가 않다.
1. 어디에서
-전문 브리더:
구글에 본인이 희망하는 '강아지 종류 breeders in 본인이 사는 지역'이라고 검색하면 꽤 많은 웹사이트를 볼 수 있고, 모든 브리드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브리드는 오피셜 클럽이 있다. 그 클럽에 들어가면 클럽에 등록된 브리더들의 리스트도 볼 수 있으니, 조금 더 공인된 브리더를 찾고 싶다면 그런 클럽을 찾아보면 된다.
-쉘터:
쉘터 또한 'dog/cat shelter in 본인 지역'으로 구글 검색하면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유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본인이 사는 나라뿐 아니라 국가 범위를 좀 더 넓혀서 검색하면 좋다.(이유는 뒤에)
- 백 야드 브리더(backyard breeder):
가장 피해야 할 브리더 타입. 백 야드 브리더는 오직 돈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동물들을 교배시키는 무책임한 브리더들을 일컫는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Marktplaats라고 하는 '중고나라' 느낌의 웹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서 주로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속이 검은 백 야드 브리더가 아닌 가끔 사고로 인해 강아지나 고양이가 임신한 경우 여기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듣긴 했지만 어쨌든 아무리 간절해도 이런 곳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꼭 피해야 한다.
2. 어떻게
-전문 브리더:
나의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브리더들은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이 많았고, 모든 웹사이트 디자인이 최소 20년은 되어 보였고 관리나 업데이트는 잘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항상 이메일 주소는 적혀있으니 그쪽으로 컨택을 해서 자기소개와 함께 강아지 입양을 희망하는데 혹시 새끼강아지들이 태어날 예정인가? 그렇다면 입양을 희망한다. 혹시나 희망자가 이미 많다면 대기 리스트에 넣어줄 수 있느냐?라고 문의를 넣으면 된다.
-쉘터:
네덜란드의 쉘터들은 웹사이트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입양 대기 중인 동물들의 사진, 이름, 성격과 특징을 쭉 볼 수 있고, 내가 그 동물과 좋은 매치가 될 것 같다면 입양 희망 메일을 보내면 된다. 보통은 그 동물의 소개페이지 하단에 입양 컨택하기라는 버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 자기소개
전문 브리더든 쉘터든 본인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적어서 보내야 한다. 거의 자기소개서와 맞먹는 정성과 본인 어필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대부분 올바른 브리딩을 하는 것으로 알 고 있고, 그 때문인지 수요보다 공급이 항상 적기에 항상 분양 대기가 길다. 쉘터의 경우는 개인 브리더에게 분양받는 것보다 훨! 씬! 힘들다. 버려지는 동물의 수가 정말 적고, 시설 자체가 잘 운영되고 있기에 정말 제대로된 가족들을 찾아주기 위해 깐깐하게 심사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고양이는 잘 모르겠지만 강아지 같은 경우는 정말 힘들었고, 그래서 나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있는 쉘터도 찾아봤었다.
아무튼,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다들 본인이 어떤 주거 형식에 살고 있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강아지와 오랜 시간을 지낼 수 있는지, 혹은 나는 회사에 매일 가지만 파트너는 재택을 해서 강아지 돌보는 것에 문제가 절대 없다던지 하는 정보로 본인이 얼마나 강아지를 분양받기 적합한 사람인지에 대한 글을 구구절절하게 써야 한다. 나와 남편 또한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강아지를 길러서 아주 초보가 아닌 점, 집 바로 근처가 공원인 점, 둘 다 액티브하다는 점 등등을 어필하는 긴 글을 썼었다. 심지어 혹시 네덜란드 사람을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시켜 모든 글은 네덜란드어로 적어서 보냈던 것 같다.
4. 선택
우리가 강아지를 찾아볼 땐 코로나가 막 시작한 시기여서 네덜란드 안에서만 강아지를 찾았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쉘터에서는 거절의 이메일을 받았고, 두 곳의 개인 브리더에게서 방문 요청을 받았다.
5. 방문 인터뷰
브리더를 방문하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부모 강아지에게서 태어난 강아지인지 보기 위한 이유이기도 하고, 또한 브리더도 강아지를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인터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두 브리더 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차를 타고 한 3시간 정도를 가야 했던 곳이었다. (거의 네덜란드 끝과 끝이었던.) 첫 번째 브리더는 생각보다 협소한 공간에서 수많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환경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 분이 영어를 좀 불편해하셔서 대부분 남편과 네덜란드어로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거절의 이메일을 받았고, 몇 달 뒤 그 동네 근처에 사는 두 번째 브리더에게 방문을 하게 된다. 그 브리더는, 집도 훨씬 크고, 정원이 말도 못 하게 컸다. 아주 좋은 환경에서 강아지들이 지내고 있었고, 실제로 만나본 엄마 강아지의 성격도 굉장히 차분했다. 이야기도 영어로,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고 그쪽도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결국 그 브리더에게 강아지를 분양받게 되었다.
처음에 이런 인터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들었을 땐, 이렇게나? 하는 생각이 컸지만 직접 방문해서 어떤 환경에서 강아지가 사육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꽤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6. 픽업
보통 새끼 강아지가 8-9주가 되었을 때 강아지를 픽업하게 된다. 초반에 맞춰야 하는 기본 백신들은 다 맞은 상태로, 여권과 칩이 삽입되어 있는 상태로 분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추후 동네 수의사에게 방문해 추가 접종 예약을 잡고 칩에 우리의 정보를 등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7. 양육
-교육:
대부분 네덜란드 사람들이 강아지 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한다. 구글에 'puppy training in 본인 지역'으로 검색하면 강아지 교육센터나 개인 트레이너들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우리도 퍼피트레이닝과 팔로우업 트레이닝 두 수업을 수료했고, 수업은 언제나 반을 꽉 채운 인원수가 함께 들었다. 물론, 고액 학원을 다닌다고 모두 다 서울대에 가는 게 아닌 것처럼, 강아지들도 저런 수업을 들었다고 모두가 이상적인 강아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충분한 산책을 시키고 강아지를 혼자 오래 두지 않으며, 항상 노력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산책:
여기는 대부분 실외 배변을 시켜서 하루 최소 세 번의 산책을 시키는 것 같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점심 산책을 못 시킬 경우에는 Pawshake나 petbnb와 같은 앱을 통해서 강아지 시터들을 찾거나 강아지 유치원을 보내 문제를 해결한다. 나도 강아지 유치원을 초반에 잠깐 이용했고 지금은 Pawshake를 통해 3명의 시터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도 생각보다 비싸진 않아서 종일반으로 보내면 하루에 20-40유로 사이가 든다. 그 외에 점심 산책만 시켜주는 건 더 저렴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니 해당 앱에서 확인 가능하다.
그리고 강아지를 데리고 회사에 갈 수 있는 경우도 꽤 많고, 강아지와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쇼핑, 카페에 갈 수 있어 그 점도 강아지를 기르는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보험:
강아지도 보험에 든다. 우리는 두세 군데 큰 보험회사 중에 OHRA라는 보험사를 이용 중이고, 세 가지의 다른 레벨 중에 중간 레벨의 보험으로 달에 30유로 정도 낸다. 이 외에도 백신까지 커버, 중성화 수술이 포함되는 보험 등 추가 사항을 적용할 수도 있다. 자세한 사항은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강아지를 데리고 온 첫 해는 병원에 갈 일이 꽤 많았어서 보험을 알차게 활용했는데 두 번째 해부터는 강아지도 철이 들고 해서 병원은 예방접종 맞을 때 빼고는 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보험은 언제나 보험이니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음식:
나는 정말 이렇게 다양한 옵션이 있는 걸 여기 와서 알게 되었다.
습식, 건식 사료는 알고 있던 것이지만, 강아지 견종과 나이, 체형에 맞춘 음식 딜리버리 서비스도 있고, raw dog food라고 생식을 하는 옵션도 정말 많다. 생식을 하는 견주들은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지게 음식을 구성해서 주는 경우도 있고, 일반 강아지샵에 가도 얼린 생식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그런 식으로 생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같은 경우는 cold pressed kibble이라고 하는 이탈리아산 냉압착 식 사료를 먹이다가 지금은 Orijen이라고 하는 네덜란드 브랜드의 사료를 먹이고 있다. 그 외에 모질 향상과 드라이 스킨에 좋은 연어오일도 같이 먹인다.
좋은 사료들과 간식, 보조제들이 다양하게 정말 많다. 비싸고 좋은 걸 먹이려면 사람 식비 보다도 돈을 더 많이 쓸 수도 있는!
-중성화:
한국은 대부분 중성화가 필수였던 것 같은데, 여기는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나리인 만큼, 강아지들도 건강상 별 이유가 없으면 중성화를 시키지 않는다.
8. 결론
네덜란드는 강아지를 기르기에 정말 좋은 환경, 조건, 인식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강아지를 기르는데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도 큰 나라이니 준비를 잘하고 가족을 맞이하자.
9. 기타
유럽 내의 쉘터 중에 다른 나라로 강아지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쉘터에서 강아지를 입양할 시 네덜란드까지 비행기를 태워서 보내준다거나 하는.) 또 우리나라의 강아지 쉘터에서 유럽으로 입양 오는 친구들도 꽤 있으니 그런 루트도 찾아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