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TBBB Mar 08. 2024

구직의 슬픔.

네덜란드에서 졸업하고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옵션이지만, 슬프게도 나는 구직 중이다. 아티스트 활동에 집중할 때는 한국에서 3년 일한 경험이 있으니, 또 남편 덕에 워크퍼밋 문제는 없으니 어렵지 않게 취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구직 시장에 뛰어들고 보니 정말 녹록지 않네. 특히 내가 경력이 있는 패션 업계는 인원을 감축하는 추세인 것 같고. 처음 구직할 때만 해도, 못해도 40k는 받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35k만 받아도 잘 받고 일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2012년 처음 취직했을 때 받은 연봉이 3800만 원이었는데, 12년 뒤 네덜란드 초봉이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니. 참나. 

올해 초, 꽤나 유명한 속옷 브랜드에 주니어 직급 지원을 했었다. 내가 한국에서 했던 일과 정확히 일치하며, 심지어 한국에서 했던 것보다 더 좁은 영역이라 최소 인터뷰에는 초대되겠지 하고 희망 연봉 35k를 적어서 보냈더니 HR에서 너의 이력서가 참 마음에 드는데 이 role은 28k 받을 수 있어, 그래도 지원할래? 하고 연락이 왔었지. 그래도 인터뷰나 한번 보자 하고 알겠다고 했는데, 결국 인터뷰에 초대되지 않은....^^



Dutch Income Tax Calculator로 돌려봤다니 세후에 받는 게 2천 유로 정도. 남는 게 없다 정말. 

유럽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월급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초봉은 정말 낮다. 대신 직급이 올라갈수록 한국보다는 많이 받게 되는 시스템인 듯. (하지만 이거도 분야마다 다름.)


비자 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조금 큰 인터내셔널 브랜드는 경쟁이 너무 치열한가 하고 작은 회사에 지원하려니, 더치가 내 발목을 잡고, 다 포기하고 인터내셔널 브랜드에 인턴으로라도 지원을 하려니 여기는 보통 대학/대학원 막 학기 졸업자들을 인턴으로 고용한다. 졸업한 지 4년 된 나는 해당 사항이 없는.


친구 하나는 나이키에 지원을 여러 번 했었는데, 나이키에서 올해는 더 이상 지원하지 말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서러워 정말. 


구직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촘촘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그 회사에서, 직무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나인가? 또한 끊임없이 조금씩 수정하면서 적어내려가야 하는 모티베이션 레터들을 쓰다 보면 나라는 사람은 없고 오직 저들이 원하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 현타가 세게 오기도 한다. 취직하고 보면 사실 대단할 것 없는 일이고,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저 직급에 있을 수 있지 하고 머리가 아플 것이고, 아주 빠르게 퇴사를 기원하게 될 테지만 그 단계가 오기 전까지는 끊임없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다. 다 알면서도 취직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사는 데는 돈이 필요하니까.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미국 언니는 일찍이 결혼하고 아기 낳고, 경력 단절이 꽤 길었는데 오랜 구직 끝에 결국 취직을 했다고 한다. 나한테도 언젠가는, 결국에는 그런 일이 생기려나? 오늘도 링크드 인을 헤매지만, 답이 안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은 끝이 없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