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충분하다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by 소하

베이커리를 할 때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빵이 완성되기 위해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가. 빵은 그냥 빵이다. 레시피를 충실히 따르고, 좋은 재료를 쓰고, 적절한 시간을 기다리면 빵은 그냥 완성된다.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아도. 비교당하지 않아도.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 사람도 그래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알았다.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욕구를 내려놓는 것.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서른일곱 번째 세션. 루이가 팀장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반기 평가에서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기뻐야 하는데, 기쁘지가 않아요."


"어떤 기분이에요?"


"...허전해요. 이상하죠?"


"이상하지 않아요. 오래 인정받으려고 달려온 사람이 인정을 받았을 때, 허전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왜요?"


"그 인정이 자신 안에서 오지 않아서요. 밖에서 온 것이라서."


"..."



루이는 그 말을 오래 소화했다. 밖에서 온 인정. 그것이 채워주는 것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 루이는 오랫동안 밖에서 오는 인정을 모아왔다. 좋은 평가, 팀장의 칭찬, 지안의 감사. 그것들이 쌓이면 무언가가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쌓여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루이씨는 지금 어떤가요? 평가 결과랑 상관없이."


"...잘 모르겠어요. 아직."


"그 잘 모르겠다는 것도 괜찮아요."


"선생님은 어떻게 알아요? 자신이 충분한지."


그 빈자리는 밖에서 채울 수 없는 것이었다.

루이가 나에게 직접 물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잠깐 멈추었다. 치료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 질문이 진심이었다. 루이가 나에게 사람으로서 묻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도 자주 모르겠어요. 그런데 모르는 날에도 그냥 이만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오늘 하루가."


"루이...그게 충분한 거예요?"


"그날은요. 그날만큼은."


루이는 그 말을 받아서 오래 안고 있었다. 그날만큼은. 충분함이 영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늘만 충분하면 된다는 것. 그것이 루이에게 처음으로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완벽하게 충분하지 않아도 오늘만큼은 괜찮다는 것.


세션이 끝날 때 루이가 말했다.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말을... 아직 완전히 믿지는 못해요. 근데 믿으려고 노력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믿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 믿는다는 것과 다르다. 그런데 그것이 시작이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말은 선언이 아니다. 연습이다. 매일 조금씩, 믿으려고 노력하는 것. 루이가 그 연습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었다.


빵이 완성되기 위해 증명해야 하는 것은 없다.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루이도 그렇다.

아직 완전히 믿지 못해도

믿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것이 시작이다.



기록: 서른일곱 번째 세션

루이가 나에게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치료사로서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 대답했다. 그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루이의 질문이 진심이었고, 진심에는 진심으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만저만 나쁘지 않다는 말이 나의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루이가 그것을 받아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참고 문헌 · 16

¹⁸ Adler, A. (1927). Understanding human nature. Greenberg.

아들러는 외적 인정에 의존하는 것을 자기 가치감의 외재화라고 보았다. 진정한 자기 수용은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자신이 충분하다는 내적 확신에서 온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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