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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l 29. 2023

영원한 갑을관계는 없다.

모회사의 많은 제도를 수평전개하는 자회사의 인사업무를 하다보니, 모회사의 인사 담당자와 소통할 일이 굉장히 많다. 특히 모회사에서 개편한 인사제도를 자회사에 적용하는 경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살짝 귀찮아하거나 '왜 이것까지 우리한테 물어보는거지?'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또 모회사의 사업장에만 공유하다가 막판에 잊어버렸다는 듯이 '자회사도 이거 적용해야되요!'하는 메일을 받을 때가 있고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적용해야하는 날짜가 2~3일 뒤인 경우도 많아서 '챙겨주지도 않으면서 제때 적용하지 않으면 욕이나 하는 것 아닌가'하며 서운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몇년 전, 한 사업장의 생산을 담당하는 사내 도급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되면서 전혀 반대의 경우를 느끼게 되었다. 한창 코로나로 하루가 멀다하고 방역 정책이 바뀌면서 이에따라 회사 내의 코로나 관련 정책도 따라서 바뀌었는데 나는 전혀 그때마다 사내 도급사에 해당 제도를 전달해줄 생각을 안했던 것이다. 사내 도급사 역시 그들에게는 모회사가 우리일텐데, 급하니까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물어물어 제도를 전달받아 수평 적용했던 사실을 듣고 정말 많이 반성했다. 도급사 관리에 대한 인수인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도급비 정산'을 정확하게 하는 것에만 포커싱이 맞춰져 있던 나만의 핑계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마땅히 전달해서 수평 적용하는 지 확인해야 했었다. 도급사를 방문해서 그동안 불편하지 않으셨냐고, 직접적으로 방역지침을 전달하지 않은 건에 대해 대표님에게 여쭤보았는데 우리가 모회사에게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챙겨주지 않아서 우리가 물어물어 했다. 서운한데 뭐 별 수 있겠냐, 우리가 알아서 하는거지.'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건, 영원한 갑을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을이었다가도 예를 들면 모회사로 발령이 난 다음에는 갑이 될 수도 있고, 갑이었다가도 어떤 변수에 의해 을이 될 수도 있다. 마냥 서운해할 필요도, 마냥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을의 상황을 봐주는 갑이 되는 것도 안되지만 '언제까지 나보다 위에있는 '갑'이 될 것같냐.'며 소위 '을질'을 할 필요도 없다. 결국 회사생활이라는 건, 어느 적정한 선을 찾아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며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어떤 때에는 강하게 챌린지하기도 하고, 고개를 숙여 읍소하기도 하고 말이다.


야구에 있는 쓰리피트 룰처럼, 누군가가 명확히 '선'에 대한 판단을 내려주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경험으로 그때그때 판단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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