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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l 22. 2023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지금 회사에 몸담은 지 만 5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입사와 퇴사를 지켜보았고 그걸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직무 담당자로서,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 퇴사자도 있었다. 저 사람은 정말 퇴사해야 되는데, 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제발 퇴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왜 저사람은 아직까지 퇴사하지 않을까 싶은 사람이 등떠밀려 나가거나 인사팀장의 호출을 받고 수시로 면담을 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우니 스탭부터 효율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리더쉽 체제 안에서 그 바운더리에 들지 못한 사람은 으레 '왜 저 사람은 아직까지 저렇게 일하면서 윗분들이 그대로 놔둘까?' 싶었던 사람이었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답은 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한명이지만 그 안에 1개 이상의 또 다른 자신이 있다.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높은 권력의 직접적인 지시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 하나를 상황에 맞게 꺼내 보여주는 것. 따라서, 변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팀 전체의 물을 흐리는 꽤 높은 직급의 한 사람이 결국 몇년 전 타 계열사로 전출을 갔다. 그런데 그 계열사가 여차저차해서 (여차저차라는 말에 무수히 많은 히스토리가 숨어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와 '같지만 다른' 회사가 되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같은데 법인은 다른 그런 회사. 그러면서 또다시 우리와 엮이게 된 그 분은 결국 각고의 노력 끝에 보직 하나를 맡게 되었다. 그 계열사 전출 승낙의 조건이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팀장 보직임명이었고, 실제로 팀장이 되었는데 얼마만에 해임되고 평사원으로 몇년간 근무했었다. 그 보직해임 과정을 나는 모르지만 어쨌든 예전 '물을 흐리던' 그 모습 때문일 것이다라고 추측만 하는 것이다.


그 분에 대해 알고 있는 윗분들은 '그런 모습은 내가 관리하겠다.'라는 말로 보직임명을 강행시켰고 아직까지는 그때의 그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요즘 내가 그 분과 일이 좀 겹치게 되면서 떠오르는 질문은 '사람은 정말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내가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하는 예를들면, '아, 그 회의에는 참석 안하시는 거에요?'라는, 업무와 관련은 있지만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상-업무 그 사이에서 약간은 어중간한 위치의 질문이나, 전화를 먼저 안하고 문자로 일정 잡는 것이라던가, 이런 물음에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절대 대답하지 않는다. '너 같은 급이 감히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해?' 또는 '문자로 툭 보내?'라는 무언의 메시지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여기서 화를 내면 내 회사생활이 위태로우니까 참는다라는 느낌. 그 뭣같은 느낌을 나는 아직까지 지우지 못한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카드를 내 보이는 것 뿐, 사람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게 요즘 내가 느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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