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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Sep 10. 2023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오랜만에 방문했던 원거리 사업장에서의 일

오랜만에 원거리 사업장 출장을 갔다. 출장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가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원거리 사업장 신경좀 써달라, 자주 좀 오라는 핀잔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드디어 간다. 예전에는 인사팀 한명이 상시로 근무했는데 10명 남짓한 직원밖에 없는 곳이라 결국 상시로 근무하는 인사팀원은 몇년 전부터 없어졌다. 그 이후로 이런 핀잔은 계속이어졌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상시로 근무하지 않다보니 그들은 그들대로 불만이 쌓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왜 이렇게 불만만 많은지, 점점 오해가 쌓여가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들른 사업장에서 간단히 내가 할 업무를 하고, 인사팀 왔으니 잘됐다! 하며 갑작스럽게 잡힌 회의에 참석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 분이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오늘 커피 한잔..?"


나는 보통 그랬던 것처럼, 인사팀 왔으니 법인카드로 커피좀 사달라는 뜻이구나, 지금 법인카드 한도가 다 떨어졌는데 어쩌지, 라는 생각이 교차하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랬더니 그 모습을 본 그 분의 말. "아니, 사달라는 게 아니고, 그냥 마시자고. 아니 꼭 인사팀은 그러더라, 나는 맨날 뭐 사달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봐. 이럴때마다 상처야 상처."


아, 순간적으로 이게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것인가 싶었다. 매일 보던 사이였으면 잠깐 나갈까? 하면서 흔쾌히 같이 갔었던 이야기도 이렇게 오랜만에 한번 씩 보니 그 의도가 왜곡되고 오해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조금 민망해져서 아니, 그런건 아닌데.. 하며 얼버무렸다. 점심먹고 바로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야하고 법인카드 한도도 없다, 라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만한 타이밍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의 머뭇거림 때문에.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간 내내 그 분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말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사업장의 구성원들은 항상 이래, 라는 내 편견이 더욱 더 나와 그분들의 간극을 넓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오히려 내가 나서서 넓히고 있다니.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사람은 상황에 따라 무수히 많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솔루션에도 막상 내가 그런 상황이 닥치자 편견으로 사로잡힌다. 조금 더 내공이 쌓여야하는 걸까. 오늘도 난 나 자신과 또다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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