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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an 30. 2024

누군가의 바다 (feat. 이승수)

무의미와 의미 그 사이에서 버텼던 시간에 만든 내 첫번째 노래곡

그 당시의 내 인생을 점과 점의 '사이'라고 표현한다. 학생이라는, 사회적으로 나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뚜렷한 그 무언가를 지나 직장인이라는 다음 단계에 첫 발을 내딛을 때까지의 그 '사이'. 나를 표현할 길이 없어 부던히도 세상 한 켠에 숨어지내야 했던 그 시간. 매일 출근 도장을 찍던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었던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에서 이 노래는 시작되었다.


"아무 이유없이 치는 파도"


시집의 모든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저런 느낌의 시구였던 것 같다. 저 10글자의 정확하지도 않은, 오롯이 시를 읽고 느꼈던 감정을 머릿속에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재정리했던 저 10글자의 글귀가 이 노래의 시작이었다.


이별은 언제나 괴롭다. 괴롭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가까웠을 때는 몰랐던 애틋한 감정이 파도처럼 닥쳐오고 나는 피할 방법도 모른채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 정신없이 떠내려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 감정이라지만 어쨌든 이별의 순간은 괴롭다.


갑자기 든 생각. 우리의 시작과 끝이 모두 바다였다면. 사랑이 시작된 바다는 모든 것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 때 그 순간 불어오는 바다 내음과 치달아오는 파도가 있다면 그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시작을 축하해주는구나.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게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구나. 처음 맞잡은 손에 닿는 햇살과 밟으면 제멋대로 몸이 기울어 괜히 힘주어 걸어야되는 모래사장까지도 모든 것이 '의미'이다. 그리고, 끝나는 순간의 바다는 정확히 정반대일 것이다.


바다는 우리가 이별하는 순간에도 고요히 그 곳에 있을 것이다. 치는 파도는 이유가 없다. 바다가 그 곳에 있는 이유가 없는 것처럼. 의미가 무의미가 되는 순간,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무의미로 '되돌아'간다.


끝의 다음은 뭘까. 우리가 끝을 이야기하며 차갑게 돌아섰던 그 곳에 다시 가본다. 바다는 여전히 그 곳에 있었고 파도는 여전히 이유를 모른채 처연히 자신만의 리듬으로 오고 가고를 반복한다. 끝의 다음은 없을 수도 있고 있을 수도 있는 무의미와 의미의 어느 한 지점이다. 끝을 이야기했던 그 곳을 내가 다시 오지 않았다면 그 것으로 무의미지만 내가 다시 그 곳에 발자국을 남기고 시선을 옮김으로 의미가 생긴다. 바다는 찾아오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아무 이유없이 의미를 준다. 


이 노래를 만들 때, 내게 이 노래의 단서를 제공했던 그 시집을 읽었던 때, 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무의미'였을 때였던 것 같다. 무의미를 의미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다. 졸업을 하고 사무실 어느 한 켠에 내 이름으로 된 자리를 받을 때까지 그 몇 년의 시간동안 나는 무의미와 의미 사이를 아슬아슬 외줄타기하며 버텼다.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의미'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이 노래를 만들었던 '무의미'의 시기가 비로소 '의미'로 다가왔다. 괜히 슬펐다. 무의미도 숨쉬어 살아왔던 내 시간인데.


그래서 나는 바다가 가끔 그립다. 찾아만 가면 아무 이유없이 내게 아낌없는 의미를 주는 그 바다가. 


누군가의 바다 - 이정우 첫번째 노래곡 (feat. 이승수)


[가사]

기억하니 

저 바다를 보며 넌 

참을 듯 울었었지 

리없이 


끝내 넌 내 곁을 떠났고 

결국 난 다시 이곳에 왔지 


기억하니 

저 바다를 우린 

모두 다 알 수 있을까 

물었었지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어디선가 부는 바람내음 

아 우린 사랑이었을까 

이유같은 건 없는 파도처럼 


아 우린 사랑이었을까 

이유같은 건 없는 

누군가의 바다처럼 


 잃었던 이 곳에서 

날 다시 찾은 못난 아픔 

아 넌 아직 있구나 바다 

결국 우린 사랑이었겠지


[Credit] 

Lyrics by 이정우 

Composed by 이정우 

Arranged by 이현진 


Vocal 이승수 

Clarinet 우지영 

Drum 김영진 

Bass 김대호 

Guitar 김재우 

Violin 안세훈, 전유진 

Viola 강한성 

Cello 최선유 


Recording & Mixing Engineer 이현진 

Recorded, Mixed & Mastered by YAGI at YAGI Studio 

Album Design by 한수진 (@Godd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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