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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Aug 14. 2024

싫은 감정이 업무 외적으로 이어질 때

아직 연륜이 부족한 것인지, 사람이라면 원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얼마 전, 업무 인수인계 중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원래 근무하던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 가족이 아닌 혼자 사는 조건으로 일정액의 거주지원비, 보통 월세, 를 매달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그 제도를 이용하여 월세방을 사시는 분이 있는데 이번달에 두번을 신청한 것이다. 첨부한 월세 이체증을 보니 하나는 저번달 말, 하나는 이번달 초였다. 이상해서 회의실에 그 화면을 켜놓고 대상자를 모셔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아, 제가 이러이러해서 착각을... 죄송합니다."


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이유인 즉슨 이번에 1년 계약이 끝나고 월셋방을 옮겼는데 본인이 그 전 월셋방 마지막 달에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선불' 계약인 줄 착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번달에 내가 먼저 물었다. '이번달은 신청을 안하시네요?'. 그 분은 '이번 달에 안내도 되는 달이라 그래요!' 라며 자신있게 이야기했더랬다.) 그래서 부랴부랴 뒤늦게 전 월세방에 냈던 이체증을 바로 첨부하여 신청한 것. 지금은 8월 중순. 뒤늦게 신청한 날은 7월 중순. 그리고 이번 새 월세방이 '선불'이라 또 신청한 날은 8월 초. 그러니까, 7월 중순에 이미 잘못된 걸 깨닫고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연신 죄송하다는 그분의 말에, 다른 분 같았으면 내가 오히려 황송해서 '아닙니다. 그냥 돈이 나가는 것이다 보니 정확히 해야해서요.' 하며 괜찮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분에게 답답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왜 신청만 띡 해놓고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는거죠? 한달에 한번 지원하는 건인데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아서 직접 확인하게 만드는 건가요." 이 말에 그 분은 또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알겠다며, 다음부터는 꼭 조심하라고 하며 마무리 지었다. 인수인계 받던 분께서 물었다. "되게 세게 이야기하시네요...?". 나는 대답했다. "그냥 저 분이... 싫어요."


싫다는 감정. 사실 사람이 싫어서 일부러 세게, 안좋게 이야기하면 싸가지없이 이야기했다는 것은 나에게 오히려 더 마이너스이다. 이성을 놓지않고 마음을 내려놓으며 내 감정을 적절히 숨겨 이야기하는 것이 미덕인 직장인 사회에서 이런 이미지는 정말 독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도 잘 알고있지만, 제어가 잘 안된다. 사실 저 분은 15명 내외의 월세 지원대상자 중에서 매월 가장 늦게 신청하는 분이다. 매월 본인이 집주인에게 돈을 이체하면 그 이체증을 첨부하여 급여일에 그 금액을 받는 구조인데 정말 매월 내가 먼저 "제출 안하시나요?" 라고 물어야, "아아, 죄송합니다. 제출하겠습니다." 하며 제출하는 분이다. 그놈의 죄송합니다는 참...


또한, 얼마전 8천만원만 입금해야되는 업체 대금을 처리 실수로 한번 더 지급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업체 대금의 계산서를 처리하는 담당이 그 분이었다. 물론 마지막에 최종 전표처리 승인하면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재무팀도 잘못이 있지만 해당 건은 대금이 이중지급된 사실을 알고도 한 달동안이나 보고하지 않은 채 멀뚱멀뚱 자기의 다른 일이나 하고 있던 그 분의 책임이 컸다. 본인은 재무팀 담당자에게 사실을 알렸다고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끝단까지 챙겨야되는 것 아닌가. 직급은 과장인데, 너무 한심하고 싫었다.


나의 단점이라면 이런 일처리 방식의 분을 업무 외에서 만나면 (예를들면 회식이나 사내 동호회 활동이나) 그 싫은 감정이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것. 나는 다 나처럼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분들은 신기하게도 그렇게 업무 외에서 만나면 감정 모두 숨기고 웃고 잔 부딪히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눈도 마주치지 싫어서 자리를 피하는데. 


발령받는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이 성향을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아니, 꼭 고쳐야될까라는 의문도 든다. 팀장님은 고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하루이틀만에 고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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