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도 2개월이 다 되어간다. 추석연휴 전까지 첫 2주는 마음을 잡지 못해 뒤숭숭했고, 연휴 후 2주는 약간의 루틴한 업무를 맡으면서 서서히 새로운 곳에 녹아들어가는 느낌이었고 마지막 2주는 본격적인 주무역할로 바짝 정신을 차리는 시간이었다.
아직까지는 자회사와 모회사의 업무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자회사에서의 업무 범위인 HQ의 역할을 몇년째 해온 탓인지 오히려 모회사의 사업장 인사업무는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를 긴장시켰던 것은 뭐든지 본사에 보고하고 처리해야되는 업무체계에 대한 적응이었다. 자회사에서는 바로 옆에 팀장님께만 의사결정 받으면 바로 진행될 수 있었던 사안이 이곳에 오니 본사에 구두로라도 보고해야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이것또한 적응되겠지만 지금은 이 업무체계가 살짝 답답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단점을 제외하면 모두 장점으로 느껴진다. 특히 타 사업장이나 본사로의 발령이 생각보다 잦았고 해외로의 지원도 굉장히 잦았다. 자회사 채용담당자 시절 '글로벌 현황'을 홍보하면서 모회사의 자료를 썼었는데 '해외 출장 기회는 얼마나 있나요?'라는 대답에 6년간의 회사생활 중 딱 1명 있었던 사례를 몇년 째 울궈먹으며 이야기했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여기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대충 어림잡아도 10번 이상의 해외 출장이 있었다. 많은 교육 인프라를 모회사에 의존하는 자회사 특성상, '자회사도 참석가능한가요?' 하며 항상 눈치보던 기억도 이제는 옛말이 되겠지.
사실 2개월 동안 주변의 HR 담당자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성장해야될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잠시 준비했던 노무사 공부, 계속 생각만 하고있는 영어공부 등등. 잘하고 싶고, 잘살고 싶은 욕심이 내가 있는 이 곳까지 이끌었겠지. 사실 좀 더 큰 고민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눈 앞에 보이는 인사담당자로서의 커리어도 그렇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볼때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국은 나답게 살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 큰 고민 안에서 인사담당자로서의 커리어라는 한 꼭지가 있는 것이겠지.
다음주는 갑작스럽게 참석하는 행사로 3일간 출장이 잡혔다. 또 잘해내야 하는 압박감이 크다. 사실 자회사 때는 내 업무 외에는 최대한 도망쳤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좀 변해야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적극성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돌아오고, 생각없이 부딪히면 결국 이겨내고 앞으로 한발자국 전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망치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