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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Nov 03. 2024

가을을 담아 ep3. 지난 추억, 어느 한 장면

2024.11.12. 12PM Release

Track 03 지난 추억, 어느 한 장면

어떤 순간의 나는 그 시간 그대로 머물러야만 한다.

그때의 너도 마찬가지일까.


이 곡의 모티브는 제가 고등학생인 시절 처음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그 당시 모티브를 만들고 브릿지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억지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너의 곡이라고 '헌정'했었습니다. 저의 작은 소확행이었달까요. 음악이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르겠고, 뛰어들어 모든 것을 바치기엔 무서워 결국 남들이 미리 닦아놓은 '대학교-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아쉬움을 곡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너의 것이라고 '헌정'했던, 그렇게라도 제 아쉬움을 달래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에 정식으로 곡을 녹음하고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꼬박 15년이 걸렸네요. 브릿지 부분은 새로 만들었지만 크게 바뀐 부분이 없습니다. 제목도 바꾸고 싶었지만 제 마음에는 쏙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목도 15년 전 그대로의 것으로 정했습니다. 남들은 어색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이미 이 곡의 제목은 이거야,라고 세뇌가 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습니다. 촌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서 책도 찾아보고 기성곡의 제목도 찾아봤지만 '이거야!'하고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곡은 과거의 어떤 장면이 흑백영화처럼 보이는 느낌을 상상하며 만든 곡입니다. 처음 옥타브를 오른손으로 굴려 C#을 연주하는 그 순간, 내 눈앞의 모든 것들이 흑백의 장면으로 보이는 느낌을 표현해 봤습니다. 그래서 곡의 가장 처음 C#의 터치, 다음 마디를 연주하기 전의 호흡과 여백은 다분히 만든 사람의 의도가 깔린 부분입니다. 이 곡의 처음과 끝이 그 부분의 연주에 달려있습니다. D Maj 곡이지만 이 곡의 모티브는 G Maj와 F# Min의 반복입니다. 1도로 시작하지 않는 곡은 이 곡이 유일합니다. 제 곡 중 그나마 가장 특이한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살아온 과거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쌓여온 과거는 정말 여간해서는 바꾸기 힘들고요. 이 곡이 그 증거입니다. 15년 전 제목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던 건, 조성이나 모티브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던 건 이 곡이 제 마음속에 머물렀던 시간에 대한 결과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왜 이 곡은 이렇게 진행되나요? 제목은 왜 이런가요?라는 대답에 '과거의 저에게 물어봐야 될 것 같네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때의 그 장면을 그대로 인정하고 편집 없이 제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이 참 편해지더군요. 연주도 더 잘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곡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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