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2. 12PM Release
ep02. 우리가 사랑한 날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제목 그대로의 날들
첫 번째 피아노 연주앨범을 준비하면서도 그랬듯 이번 피아노 연주앨범을 준비하면서도 과거의 내가 만들었던 곡들을 쇼핑하듯 하나하나 꺼내 들어봤었습니다. 이 곡만 제외하고요. 넣고 싶지 않아서 들어보지 않았다기보다는 당연히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가을 피아노 연주앨범을 내거든 이 곡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채워나가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곡은 이 앨범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연주는 가장 변두리네요.)
피아노로 누군가의 천천히 읊조리는 독백을 표현한다면 이 곡처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사랑했던 사람이면 한 번쯤 그 과거를 떠올리기 마련이고 그 과거는 파스텔처럼 흐릿하지만 곱고 아름답지 않을까. 그 아름답던 시절의 나와 너를 천천히 떠올려보는 것. 천천히 걸으면서.
사실 아직도 헷갈리는 것이 있다면 '감정이 먼저인지, 음악이 먼저인지'입니다. 음악이 나를 신나게 하는 건지, 신나서 음악을 더 찾고 듣게 되는 건지. 사실 마음이 뒤숭숭하고 고민이 많을 땐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때 듣기 좋은 노래'만 모아놓은 유튜브 영상의 음악도 안 들리거든요. 오히려 그 감정 한가운데 있으면 들리지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음악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조금만 벗어나게 되면 찾게 됩니다. 아마 이별도 그렇지 않을까. 헤어진 직후에는 정말 그 감정의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마음이 차차 안정되면 비로소 김동률의 'Replay'를 듣게 되는. 그래서 저는 음악보다는 감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비로소 벗어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도 곱씹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듣고 싶지 않았던 음악을 다시 찾게 되는 그때, 이 곡이 당신에게 들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땐 그랬지. 우리가 사랑한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