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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Nov 23. 2023

긴장 넘치는 설렘이냐 편안한 안정이냐.

 긴장 넘치는 설렘이냐 편안한 안정이냐. 서른 넘고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 설렘 한 가득에서 안정감에 설렘 한 스푼 정도로. 최근 설렜던 적이 떠오르지 않아 기억을 거슬러 오르다 보니 첫 연애가 생각났다. 고장 난 로봇이었던 스무 살. 수만 가지 생각 끝에 겨우 한 마디 건네고, 심장소리가 들릴까 이상한 농담을 던지며 이불킥 하던 때. 좋아하는 상대를 볼 때마다 뚝딱거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했다. 볼터치를 하지 않아도 발갛게 달아오른 볼이 부끄러워 손바닥과 손등으로 열을 식혔다. 별거 아닌 일에 발을 동동거리고 다른 사람도 그를 좋아할까 걱정하고,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마음 졸였다. 이름만 들어도 떨리던 그때 홧김에 던진 고백으로 연애가 시작됐다.


 연애하면서 몰랐던 내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낯선 내 모습이 익숙해지고 설렘이 줄어들 때쯤 그는 나를 떠났다. 처음이라 힘들었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법을 몰라 괴로웠다. 시간이 지나 바쁜 하루에 익숙해질 때쯤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그 사람 역시 만남이 익숙해지자 나를 떠났다. 이별이 쉬운 사람은 없겠지만 혼자 있는 게 무서울 만큼 힘들었다. 이별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 마음이 커질 때 연락을 끊어낸 사람도 더러 있었다. 어차피 헤어질 테니, 좋을 때 끝내는 게 좋아. 슬픔을 견디는 것보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함께 한 시간을 잘 보내고 혼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를 달래는 과정도 필요했다. 나와 나의 다음 연애를 위해.


 다짐과 달리 마음은 설렘을 찾고 있었다. 다시 조심스러운 연애가 시작됐다. 시간이 지나 서른이 되자 만남에 있어 생각이 많아졌다. 나와 맞지 않은 부분이 보이면 답 없는 고민이 생겼고 만남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점점 많아졌다. 바라는 것은 말하지 않은 순간에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바라지 않는 것은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사람. 그렇게 설렘은 뒤로하고 대화가 편하고 농담이 잘 맞는 안정적인 사람을 찾게 됐다. 연락이 되지 않아도 상대가 뭘 하는지 알고, 서로의 일에 집중하다 주말에 만나 놀면서. 근데 또 안정적일 땐 설렘이 없어도 되는 건지 헷갈린다. 그래서 나는 뭘 어쩌자는 걸까. 연애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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