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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Oct 15. 2020

플라잉요가 비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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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의지로 운동에 돈을 쓴 게 무려 5년 전이다. 

이말인 즉, 사회인이 된 후로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고 근육은 0g에 가깝다는 뜻이다.


근 5년간 살은 10kg 이상 불어났는데도 심각성을 못느꼈지만 허리통증으로 며칠밤을 뒤척이다보니 

'아, 이래서 운동을 해야하는구나' '아, 이러다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럼 어떤 운동을 해야하나? 

헬스는 내 자유의지를 믿을 수 없어 탈락

PT는 도망칠 확률이 120%

요가는 해봤던 거니까 식상하고..


사실 전부터 플라잉요가를 기웃거리기는 했다. 

어릴 때부터 타잔을 좋아했고 리본체조선수가 되고싶었던 적이 있으며 세일러문이 온 몸을 끈으로 휘감고 변신하는 장면은 언제나 하이라이트였다. = 끈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의 기웃거림은 완벽한 몸매와 평온한 얼굴로 아름다운 자세를 뽐내는 전문가들 사진보기가 다였다.

'오우! 불가능!'하며 웹툰으로 넘어가기 일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냈던 것 같다.


진짜 플라잉요가원의 문턱을 기웃거린 건,  척추와 골반이 내 몸에서 탈출하는게 아닌가 싶었던 날이었다.

매주 주말마다 스포츠 마사지 덕에 가짜의리를 지켜준 두 친구가 나와의 손절을 결심한 것 같았다. 


폼롤러에 엉거주춤 누워 지도 어플을 켜고 가장 가까운 요가 학원을 검색했다.

내가 사는 구역 특성상 차로 이동해야 하는 부분은 감안하더라도 가까워야만 몸뚱이를 움직일 것이다.

후기도 시설도 선생님도 다 중요하지만 그중 제일은 거리다. 


당일 상담을 예약했고 설명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시설을 스캔했다. 

강의실에 줄줄이 달려있는 끈들이 이미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난 저기에 매달리고 싶다.

가격비교 같은 건 모르겠고, 난 저기에 매달리고 싶다.

한 마리 새처럼 저기에 매달려 날고 싶다.


어느새 내 손에는 8회차 영수증과 첫 결제 선물 요가양말이 들려 있었다.

아쉽게도 당일에는 수업이 불가능했지만 '운동 등록'이라는 큰 일을 해낸 내가 대단했다.


대견한 나를 칭찬해 주기 위해 술을 마시기로 했다.

다음주면 한 마리 새는 커녕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가 될 줄 상상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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