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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랑 Mar 17. 2016

그녀의 Dinner Time #1

고르곤졸라 아이스크림을 찾던 남자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인이 왔다며 지배인님의 호출을 받았다.

쉬는 시간이라서 주방은 마감된 상태였기에

다른 레스토랑으로 안내해 줄 생각으로 나갔다.


파란 눈의 키가 큰 외국인 커플이

무언가 찾고 있는 듯 말을 하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 여기에 치즈 아이스크림 먹으러 왔어요.


미안해요. 

여기는 디저트 카페가 아니에요.

아이스크림은 판매하지 않아요.


작년에 한국에 출장 왔을 때

여기서 치즈 아이스크림을 먹었어요.

여자친구랑 같이 한국에 왔는데,

맛 보여 주고 싶어서 왔어요. 안 될까요?





.


코스 메뉴의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찾는구나.

주방에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이었다.


꼴꼴한 고르곤졸라와 아이스크림을 섞고

잘게 다진 까만 송로버섯과 꿀을 함께 올린다.

고르곤졸라와 송로버섯 모두 향이 대단하다.

나도 무척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다.


기억하고 다시 찾아와 준 손님에게 고마웠지만

미안하게도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설명 후 다른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당신의 기억을

여자친구에 못 보여줘서였을까?

아쉬워하며 돌리는 발걸음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안내한 레스토랑에 도착한걸 확인하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간절함을 한 방울 떨어뜨린 눈으로 설명했다.

다행히 주방장님께서 부탁을 들어주셨다.


준비한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 할아버지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어떤 반응일지 두근 거리며 찾아갔다.





안녕! 

내가 다시 왔어! 

당신의 아이스크림과 함께!


와우!

기대 안 했는데! 

이거야!

고마워!





임팩트가 강한 메인 요리도 아니었다.

그저 디저트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었다.


하지만

그의 1년 전 기억을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겠지?




'이것 봐. 이게 내가 말한 그 아이스크림이야!'




뒤돌아 서던 내 마음

두 사람의 근사한 순간을 지켜본 것 같아서

얼마나 콩콩콩, 설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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