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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13. 2016

17. 내보내주오

 임시거처로 월세를 살게 된 김에 우리는 한 달이 아닌 두세 달 정도 월세로 지낼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현장소장에게는 너무 급하게 짓지 말라고 당부하며 현장소장이 처음 장담했던 11월 말 입주 대신에 12월 말 에 입주하겠다고 말했다.


 입주일을 한 달 정도 남겨 놓고, 그러니까 임시거처에 월세를 살게 된지 딱 한 달이 지났을 때 지금 집주인에게 한 달 후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올 세입자도 의리파 부동산 아저씨가 이미 구해 준 상태였다. 


 집주인의 반응을 조금은 예상했지만, 집주인은 예상보다 더 크게 화가 났다. 우리의 잘못이 명백하니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래도 사람 사는 일이니 사정을 봐주길 바랐다. 바람과는 달리 집주인은 대화를 거부했다. 우리의 연락도 안 받고, 부동산 아저씨의 전화도 안 받았다. 설마 했던 최악의 경우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계약대로 2년 동안 월세를 내며 살아야 할 판이었다. 새집을 옆에 멀쩡히 놔두고 말이다. 


'내가 잘못하였어. 내보내주오.'


상대는 귀를 막아버렸다. 해법을 찾아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대답은 모두 집주인이 허락치 않으면 2년을 살아야 된단다. 계약을 그렇게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계속 사정해보는 게 최선이란다. 그리고 정말 급하면 합의금으로 집주인과 협상을 시도해 봐야 된단다.


 '해결책은 결국 돈인 것인가?'


 안 그래도 돈 들어가는 일 많은 데 이렇게 또 돈이 들어가는구나. 그러나 늦게 나가는 만큼 매 달 월세를 내야 한다. 이래도 돈, 저래도 돈이 들어간다. 집주인이 거래하는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에게 합의금으로 한 달치 월세를 주겠노라라고 어렵게 전했고 어렵게 이사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안 나갈 돈이 참 많이 나갔다. 두 달치 월세, 이사비,  이사 합의금 그리고 마음고생은 덤이다. 이 것들 모두 집을 좀 늦게 팔았더라면 나갈 일 없었던 돈이었는데. 다시 또 반성한다. 집을 짓는 일정을 너무 짧게 예측하면 안 된다. 잘못된 판단은 금전적, 심적 피해를 안긴다.


 '세상 일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어차피 지난 일, 밝아지자.
 두 달간의 임시거처 치고는 두 다리 쭉 펴고 편하게 참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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