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 집이 준비가 덜된 채로..
아파트 집주인에게 어렵게 이사를 허락받았는데, 정작 이사할 곳이 준비가 안 됐다. 벼락치기란 말이 시험 볼 때만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우리 집 짓는 데도 쓰였다.
몇 주 안 남기고서 도배하고, 인테리어 하고, 장판 깔고, 주방 가구 설치하고, 도시가스 인입이 안되어 LPG 가스통으로 장판을 말리고, 뒤늦게 도시가스 인입공사를 하고, 촉박하게 벽돌과 스타코 외관 작업을 했다.
11월 말이면 충분하다 했던가? 아파트에 임시 거주하기로 한 김에 12월 말까지 시간적 여유를 더 줬는데 이게 웬 날 벼락인가? 벼락치기로 겨우 완성된 집에 입주했다.
입주 날, 눈에 눈물이 맺히려 했다. 본드 냄새 때문에 눈이 너무 따가워서였다. 벼락치기로 작업을 했으니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본드 칠을 했는지 눈이 먼저 알아챘다. 이사 전날 베이크아웃을 한차례 했지만, 한 번은 전혀 효과가 없는 듯했다. 이 상태로는 아이들을 집에 데려올 수 없었다. 처제네 집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피신시켰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눈물을 머금고 이불속에 파묻혀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베이크아웃을 하기 위해 보일러를 30도로 맞춰 놓고 출근했다.
이사하고 이틀 정도를 이런 식으로 베이크 아웃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사한지 삼일째 되던 날,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왔다.
아가들, 이제 사뿐사뿐 걸어 다니지 않아도 돼! 이사한 집에서는 마음껏 뛰거라!
2층 집이라 층간소음이 있다. 목조주택이라 그런지 아파트 살 때보다 더 크게 들린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 아이들이 뛰는 흥겨운 소리니까.
이사 삼일 만에 아내와 아이들이 새 집에서 첫날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여전히 눈이 따갑다. 결국 다음 날 휴일을 이용해 다시 한번 가족 전체가 가까운 콘도로 하루 동안 피신을 갔다. 물론 4번째 베이크아웃을 실행하기 위해 보일러를 확 틀어놓고 떠났다.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약 20시간 가까이 보일러를 돌릴 수 있었다. 오래 때서 그런지 가장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름다운 우리의 새집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