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서둘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부인 출입차단도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이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봤을 때도 그랬다. 마당 앞 차도를 아이들이 쉽사리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했다.
울타리를 업체에 맡기면 대략 3~4백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직접 만들면 1백만 원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많이 망설였다. 해본 적 없으니 자신이 없었다. 시간도 아까웠다. 난생처음 목공 한다고 몇 날 며칠을 낑낑댈게 뻔했다. 그런데 아내가 은근히 부추겼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내가 멋있을 것 같다는 뉘앙스를 줬다. 멋있고 싶었다.
'그까이꺼 대~충'
나 자신에게 말했다. 초보답게 전문가의 잣대를 나에게 들이대지 말자고, 정교한 결과물을 기대하지 말자고, 대충하자고, 삐뚤빼뚤하게 만들자고 나에게 말했다.
http://unique8857.blog.me/220434626436
울타리를 만들게 용기를 준 블로그다. 초보답게 대부분 똑같이 따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공구다. 이 것들 다 모으는데 1주일 걸렸다.
왠지 겁나는 전동 드릴, 이 번 작업에 꼭 필요한 10mm 목재용 드릴 비트, 나사 세트, 그리고 정말 어렵게 찾아낸, 10mm 직경의 볼트, 너트, 와샤, 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톱.
나무다. 대략 총 38미터 정도 길이의 울타리를 만들 분량이다. 여기서 샀다. http://woodnice.com/
재단까지 다 해서 배달되었다. 10여만 원 정도 하는 전동톱을 사서 직접 자를까 고민했지만, 결국은 업체에 맡겼다. 재단 비가 총 12만 원 정도로 아까웠지만,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주춧돌이다. 기둥을 23개 세울 생각으로 23개 샀다.
기둥이 될 나무에 주춧돌을 볼트와 너트로 이어 붙일 수 있게 구멍을 내야 한다. 드디어 전동 드릴 첫 사용이다. 문제는 수직으로 곧게 뚫어야 된다는 것. 그러나 초보답게 대충 막 뚫었다. 그랬더니 주춧돌과 연결할 때 볼트가 못 빠져나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기둥에 길을 다시 내어가며 맞추어 갔다.
짜잔~! 23개의 기둥이 완성됐다. 볼트와 너트는 몽키로 조였다. 이 작업이 제일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이 날 작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팔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뿌듯하다.
'멋있었으려나..'
이튿날, 기둥들의 위치를 대충 잡았다.
그리고 기둥 간격에 맞게 울타리의 면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런 거 잘하는 처제가 와서 도왔다.
이런 거 좋아하는 아내도 거들었다.
울타리 바로 안 쪽으로 작은 텃밭을 생각 중이다. 그래서 햇볕을 많이 가리지 않도록 데크용 방부목 간격을 많이 두었다.
얼마 안 한 것 같은데 주말이 다 가버렸다. 울타리 면을 다 만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