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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Nov 01. 2019

6. 출근

    월요일 아침. 제주에서 서울로 가는 출근길은 생각만큼이나 고단했다. 아내가 읍내까지 차로 태워주는 것을 시작으로, 급행버스, 비행기, 지하철, 마지막 시내버스까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 회사에 갔다. 처음에는 초행길이라 가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했었다. 


    비행기를 탔을 때, 나와 차림새가 비슷한 사람들 몇몇이 눈에 띄었다. 여행 복장과는 사뭇 다른 단정한 복장에 살짝 부피감 있는 가방 하나 달랑 등에 매고 홀로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들. 딱 봐도 육지로 출근하는 중이다. 동질감을 느낀다. '아 내가 별난 줄 알았는데. 이미 솔찬히 있었구나.'


    나중에 이 길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출근 여정 중간중간에 대기시간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급행버스, 공항, 비행기, 지하철에서의 기다림들. 이 자투리 시간들을 그냥 흘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비행기 안에서는 뭔가에 집중하기가 수월해서 잘 활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로 생각 잠기기, 멍 때리기, 잠들기, 책 읽다가 잠들기 등을 했다. 잠에 집중할 때가 많았는데, 우리 아가들 어렸을 때 차만 태우면 그렇게 천사같이 잘 잤는데, 출근 비행기 안에서는 나도 그랬다. 비행기의 엔진음, 미세한 떨림, 창밖의 햇살, 그 햇살에 비친 신비로운 세상 빛깔, 솜뭉치 같은 구름들 그리고 책위의 글자들까지 내 마음의 긴장을 금세 누그러트린다. 곧 잠이 든다. 이렇잠깐 잠들었다가 깨면 머리가 얼마나 개운한지 모른다.


    비행기에서의 상념.

이제 막 활주로를 차오른 비행기가 바다를 건너기 시작한다.
고도를 높여가는 비행기 아래로 바다의 찰랑임이 보인다.
잔잔하며 소란스러운 바다의 물결을 만진 아침 햇살이 눈에 와 닿는다.
리듬감 있게 따끔거리는 이 눈부심이 바다가 부르는 아카펠라로 들려온다.
잘 다녀오라는 응원의 노래다. 


    사무실에 도착해 앉으면 제주 모드에서 서울 모드로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애쓴다. 몸은 사무실에 와있지만 마음이 아직 도착 전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이메일을 읽고 할 일을 정리하면서 치열해지기 위해 시동을 걸어본다. '잘 안 걸린다-' 오는 길에 쪽잠도 푹 잤건만 머리는 왜 이렇게 멍한 지 모르겠다. '마음이 아직도 비행기에서 안 내렸나? 곧 다가오는 회의 시작전에는 마음도 사무실에 도착해야 될 텐데.'


    반대로, 금요일이 되면 몸은 아직 사무실이지만 마음이 벌써 비행기에 탑승해 있을 때가 많다. '이 회의가 빨리 끝나야 그 마음을 따라갈 텐데.' 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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