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화, 수, 목요일에 퇴근하면 혼자다. 주변 아빠들은 이런 나를 안쓰러워하면서도 동시에 부러워한다. 부러워한다는 건 그만큼 육아가 힘들다는 반증일 테다. 그런데 부러워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평일에 홀로 지내보니 육아로부터의 해방감보다는 함께 지내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주말 아빠로 인해 아이들은 아빠와 부대낄 수 있었던, 4번의 평일 저녁을 통째로 도둑맞았다. 초등학교에 씩씩하게 잘 적응하고 있는 첫째가 저녁밥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모험 같은 일상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 앞에서 놀란 눈으로 진지하게 들어줄 아빠가. 그리고 요즘 부쩍 많이 안아달라는 둘째가 아빠의 두 팔에 폭삭 안겨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을 때, 번쩍 들어 안아줄 아빠가. 그래야 할 아빠가 집에 없다. 월요일에 출근한 아빠는 금요일이 돼서야 볼 수 있다.
혼자 있어 편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마음 한 켠의 미안함과 외로움이 떨쳐지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달래볼 생각에 상경할 때면 가끔 아이들의 만들기, 그리기 작품을 하나씩 들고 와 벽에 붙인다. 아이들의 작품이 그 어떤 위대한 명화들 보다 더! 내 가슴을 풍족하게 채워 준다.
내게는 이 벽면이 세계 최고의 미술 전시관
아내는 평일에혼자서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함께 있었을 때도 내가 그리 큰 도움은 안됐지만, 이제는 작은 도움마저 줄 수 없다. 아이들 양치를시켜줄 수 없고, 놀아줄 수도 없고, 숙제를 챙겨줄 수도 없고, 책을 읽어줄 수도 없다. 설거지를 하거나 방청소를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아내가 떠안은 힘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보듬어주면 좋으련만, 잘 안된다. 아내가 힘들어 보이기보다 부러워 보일 때가 많다. 제주에서의 시간이 쌓여 갈 수록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겨가는 아내가 참 부럽다. 좋아하는 라인댄스 강습을 받고, 화단을 꾸미고, 텃밭을 일군다. 독서 모임도 나가고, 글쓰기 강습도 받으며, 마을 문고 운영을 돕기도 한다. 반면에 난 상사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한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곤 한다. (내게는 업무의 연장 같아 피하고 싶은) 평일 회식 자리와 (아내에게는 무리해서라도 자꾸 나가고 싶은) 주말 엄마들 저녁 모임을 동일시해서, 나와 회식 횟수를 맞추려는 아내가 얄미울 때도 있다.
아내가 감당하고 있는 독박 육아의 고충을 다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제주에서 해맑고 명랑하게 자라고 있고, 고맙게도 아내는 제주 땅에 원래 있던 풀꽃처럼 당차게 뿌리내리고 있다. 다행히도 나의 미안함과 걱정은 점점 무색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