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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가 묻는 질문:

우리가 진정 싸워야 할 대상은?

by 흔들의자 Jan 06. 2025

서울 망원에서 경기 광주로 가는 대중교통은 6호선 한강진 역에서 버스로 환승 후 순천향대학교병원 정류소에서 경기 버스로 갈아탄다. 1월 5일 오징어 게임 2 ---  3회 차를 보면서 6호선에 올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끝난 후 남은 참가자들은 투표로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막상막하 숫자를 보며 내 두 눈동자는 하염없이 파란 버튼과 빨간 버튼을 왔다 갔다 했다 내 두 손은 꽉 쥐어 있었다. 


나라면 O vs X 어디를 눌렀을까?


고민을 하는 사이 지하철은 한강진역에 도착했다. 한가하기만 하던 한강진역은 언제부턴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밖으로 나갔다. 휘황찬란한 팻말을 든 다양한 연령층 사람들이 점점 내 사방에 있었다.  다시 지하철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환승이 되지 않은 역이라 교통비가 아까웠고  핸드폰 내비게이션에는 7분 후 버스가 도착하는 알람이 보였기에 믿고 나아갔다. 


그렇지만.... 

한강진역부터 순천향대학교병원 정류소까지 어쩌면 앞 뒤로 그 이상으로  현 대통령 찬 반을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로 인파가 가득 찼다. 서로의 소리를 없애는 게 목적인 그곳에서  15분을 기다렸고 가까스로 파란 시외버스가 왔다. 나처럼 추위에 기다리던 승객들은 우르르 앞문으로 몰렸고  문이 열리자마자 질세라 앞다투어 버스에 몸을 싫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은  가만히 서서 보던 풍경보다 더 했다. 버스는 얼마 못 가고 멈췄다. 그리고 기사님은 연신 죄송하다며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방송을 했다.  이번에는 뒷문으로  승객들이 우르르  몰렸고 문이 열리자마자 삑- 삑 - 삑 - 앞다투어 사람들의 발은 아스팔트 위 얼음위로 떨어졌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세상은 종종 다수의 선택에 의해 흘러간다.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 부르며, 때로는 그 제도가 완벽한 해답이라 믿는다. 그러나 다수결의 선택이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민주주의가 가진 본질과 한계를 차분히 되돌아보게 만든다.


작품 속 참가자들은 생과 사의 경계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더 많은 돈을 쥐려는 이들과 살아남기 위해 멈추고자 하는 이들, 모두가 '다수결'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진정 자유로웠을까? 게임을 설계한 권력층은 "참가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말하며 책임을 외면한다. 


이 모습은 내가 마주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잘못된 제도 속에서 소외된 이들이 서로를 탓하며 갈등하는 사이, 정작 우리가 맞서야 할 대상은 보이지 않게 된다.  성기훈이라는 인물은 그 간극을 가장 아프게 보여준다. 그는 모두를 구하겠다는 이상을 품었지만, 결국 친구를 잃고 자신마저 무너진다. 그의 좌절은 혁명으로 망가진 세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묻는다.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거울이다. 때로는 무거운 현실 앞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다수의 목소리에 묻히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좌절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때 시작된다. 거대한 돌을 움직이는 힘이 아니라, 그것을 굴릴 수 있는 작은 손길 같은 신뢰에서 말이다.


요즘의 세상도 어쩌면 이와 닮아 있다. 분열과 갈등이 선을 그어 놓았고,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도로 위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리끼리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정 싸워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던진 질문은 우리에게 스며든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그 답은 다수의 목소리 속에서도 작은 진실을 듣고, 그곳에서 희망을 피워 올리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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