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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 과자에서 발견한 삶의 아이러니

그저 과자가 아닌,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다

by 흔들의자 Jan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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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봉지 과자를 손에 들 때 죄책감을 느낀다. "이건 몸에 좋지 않을 거야, " "살이 찌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봉지 과자에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이점들이 숨어 있다. 그저 맛있게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작지만 소중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죄책감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봉지 과자를 먹으며 얻는 이득을 생각했다. 지극히 나만을 위한 합리적 이유다. 


봉지 과자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과자를 입에 넣는 행위 같지만, 이 안에는 몸과 마음에 유익한 작은 행복들이 숨어 있다.




우선, 봉지과자를 먹는 자세를 생각해 보자. 


손에 봉지를 들고 고개를 젖혀 과자를 입에 털어 넣는 그 순간, 우리는 무심코 목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목과 어깨가 굳어가는 요즘, 이렇게 소소한 움직임 하나가 우리의 몸에 작은 휴식을 선사한다. 특별한 운동 기구나 복잡한 동작 없이도 단 몇 초간 목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니, 봉지 과자가 주는 첫 번째 이점은 분명 가치 있다.


두 번째 이점은 봉지 안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과자를 끝까지 다 먹어야겠다는 의지로 고개를  뒤로 젖히다 보면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사각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천장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하얗고 얇은 거미줄을 발견하고, 한동안 미뤄뒀던 청소를 결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봉지 과자를 먹는다는 것이 단순한 식욕 충족을 넘어 우리의 환경까지 깨끗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세 번째 봉지 과자를 다 먹고 나면 봉지 안의 공기를 빼며 손으로 잡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손의 소근육이 발달된다. 봉지를 움켜쥐고 조절하는 과정은 의외로 섬세한 움직임을 요구하며 손가락 근력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손가락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봉지 과자가 우리의 손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니, 그 존재가 고맙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봉지를 여는 순간부터 과자를 먹는 동안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한다. 이 소리는 단순한 청각적 자극을 넘어 우리의 뇌를 깨우고 기분을 전환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의 틈새에서, 과자 봉지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즐거움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봉지과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그것은 목과 손을 위한 운동 도구이자, 공간을 깨끗하게 하고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은 마법 같은 존재다. 일상의 작은 행위 하나에서 발견하는 이런 기쁨들은 우리가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이 정도면 하루 한 봉지 과자를 먹어도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봉지 과자를 먹으며 그 안에 숨겨진 작은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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